◀◀◀ 아무데서나 서서 회의하고… 사무실엔 스탠딩 책상까지 ▶▶▶
서서 일하기,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급속 확산
“업무 집중도 높이고 척추건강도 좋아져 일석이조”
게임회사 한게임 직원들이 서서 회의를 하고 있다.
《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서비스 개발팀에서 일하는 김동휘 씨(30)는 올해 초 책상 위에 종이박스를 쌓은 뒤 모니터를 올려놓고
서서 일하기 시작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꼬박 앉아서 일하는 것이 불편하고 능률도 떨어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자 주위
동료들 중에서도 김 씨를 따라하는 경우가 생겼고 급기야 회사에서는 신청자에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현재 6명의 직원이 서서 일하고 있고 관련 문의도 많다. 》
최근 서서 일하는 문화가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건강을 지키고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올해 초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로 회사를 옮긴 김정준 게임하이 사장(43)도 자신의 책상을 서서 업무를 보는 스탠딩 책상으로 바꿨다. 컴퓨터를 써야 할 때는 선 채로 하고 회의를 하거나 서류를 읽을 때는 테이블을 이용해 앉아서 한다.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오래 근무해 쉽게 허리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김 사장은 “서서 일하는 것이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것보다 몸에 무리가 덜하고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온라인게임회사 한게임의 기획자들도 회의실에 모여 토론하기보다는 사무실을 연결하는 중앙 복도나 휴게실에 모여 짧은 ‘스탠딩 회의’로 업무를 처리한다. 사전에 회의 자료를 숙지하고 모여 선 채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이뤄내는 방식이다. 스탠딩 회의를 하면서 회의 시간이 15분 이내로 줄었다.
높낮이가 조절되는 스탠딩 책상에서 일하는 카카오톡 직원들.아모레퍼시픽 디자인랩실 직원들도 최근 서서 토론할 수 있는 회의실을 도입했다. 오준식 디자인랩실장은 “선 채로 회의를 하면 직책을 내세우기보다 사안 중심으로 얘기할 수 있고 회의 집중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도 장기간 앉아 일하는 것보다 서서 일하는 편이 집중도를 높일 수 있고 건강에도 좋다고 입을 모은다. 염승철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장은 “사무직군은 장시간 같은 자리에서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척추에 더 많은 부담이 간다”며 “의학적으로도 서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허리 디스크에 가해지는 부담이 1.5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서서 일하기 문화가 사무공간의 첨단화를 통해 보다 좋은 인재를 유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10여 년 전 미국 야후에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한 바닐라브리즈의 한다윗 사장은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원들이 원하면 서서 일하는 책상을 설치해 주는 문화가 퍼져 있다”면서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나아가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내 복지 정책의 하나”라고 말했다. 국내 벤처기업 중에도 사내에 수면실, 카페테리아, 체력단련실, 안마의자 등을 기본으로 갖추고 인재들을 유치하는 곳이 많다. 자기 자리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지 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서서 일하는 문화가 가능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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