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인과 개인이 해외 금융회사 계좌에 돈이나 주식을 넣어뒀다고 세무당국에 신고한 금액이 22조8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역외탈세에 대한 집중적인 감시에 나서자 지난해보다 신고 금액과 인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고 탈세를 노리는 것으로 보이는 혐의자 47명에 대해 기획 점검에 착수하는 등 역외탈세 단속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국세청은 2013년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접수한 결과 지난해 외국 금융사 계좌에 하루라도 10억 원어치 이상의 현금·상장주식 등을 예치했다고 자진 신고한 법인과 개인이 모두 678명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신고 인원과 금액이 전년 대비 각각 4%, 23% 늘었다.
개인의 경우 310명이 2조5000억 원의 해외 금융자산을 신고했다. 1인당 평균 80억 원꼴이다. 법인은 368곳이 20조3000억 원(곳당 평균 552억 원)의 해외 금융자산을 신고했다. 개인과 법인 모두 신고 금액이 전년 대비 각각 19%, 23% 증가했다.
올해 50억 원을 넘는 초고액 신고 건수가 전년보다 38건 증가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세무서별로는 서울 용산(37명), 삼성(24명), 반포(24명) 등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자진신고가 많이 접수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적으로 역외탈세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게 자진신고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해외 계좌를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혐의자에 대해선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뤄진다. 국세청은 올해 해외계좌 신고를 누락해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혐의자 47명에 대해 기획 점검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역외탈세 창구로 이용되는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금융 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추가 점검과 세무조사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개인·법인이 해외 금융계좌를 갖고 있다고 신고한 국가는 모두 123개국. 2011년 115개국, 2012년 118개국보다 늘어났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세회피처 등으로 지정한 이력이 있는 50개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 바레인, 스위스 등 13개국이 들어갔다. 이들 국가의 금융계좌에 있는 한국인의 금융자산은 2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거나 금액을 줄여 신고하면 금액의 최고 10%를 과태료로 매기고 관련 세금을 추징하는 한편 관계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다. 또 올해부터 시행하는 ‘명단공개 제도’에 따라 국세청은 50억 원 초과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개인과 법인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외계좌 미신고자에 대한 신고 포상금을 1억 원에서 올해 10억 원으로 올렸다”며 “늦더라도 자진신고를 하면 과태료 감면 등을 해 주는 만큼 빨리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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