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 올라탔다 ‘볼일’이 급할 때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실제 전철 화장실의 타당성을 검토한 보고서가 나와 화제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보고서 작성을 위해 전철 이용객에게 화장실 설치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반대 의견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얼마 전 수도권 전철 1호선의 확장 노선인 경부선 광역철도(서울∼천안) 전동차 안에 화장실을 설치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지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코레일 측은 “1호선 노선 전체 길이가 96.6km에 달한다”며 “정치권에서도 객차 내 화장실 설치를 요구하는 의견이 있어 타당성 검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레일은 시민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충남대에 의뢰해 전철 1호선 이용객 5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276명(51.8%)이 화장실 설치에 반대했습니다. ‘필요하다’고 대답한 사람은 143명(26.9%)에 불과했습니다. 72.1%가 전철을 탔을 때 용변 문제로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정작 화장실 설치에 관해서는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코레일 측은 “필요성에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 전철 이용객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는데 결과가 부정적이어서 의외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반대한 이유를 보면 전혀 ‘의외’가 아닙니다. 우선 화장실 설치로 객차가 혼잡해지는 것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응답은 40.2%였습니다. 하지만 전철 안에 악취가 나는 것을 감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53.8%가 “전혀 없다”고 답했습니다. 혼잡은 참을 수 있지만 악취를 생각하면 ‘설치하지 말자’는 응답이 많았던 것입니다.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승객 이모 씨(30·여)는 “심야시간 토사물이 객차에 있어도 아무도 치우지 않는데 화장실이 생기면 관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59억 원에 달하는 설치 비용과 연간 153억 원에 달하는 유지보수 비용은 설문 조사에서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용자 스스로가 ‘비용 대비 편익’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용변을 자주 봐야 하는 분들도 아직 낙담하시기에는 이릅니다. 코레일 관계자는 “객차 내에 화장실을 설치하는 대신 1호선 일부 역의 승하차 장소에 화장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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