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창회에서 만난 한 친구는 “언제 결혼하느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요즘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지 답답해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한숨은 술자리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둘러보니 자리에 모인 친구 8명 중 2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미혼이었습니다.
지난해 결혼한 친구에게도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너는 아이 언제 가져?” 그는 전셋집 대출금 이자와 치솟는 물가에 도통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결혼식을 치르며 입은 ‘금전적 타격’을 추스른 뒤 아이를 낳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결혼을 미루는 젊은층이 많아지며 새로 태어나는 아이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도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에 태어난 신생아는 3만3400명입니다. 많은 건지 적은 건지 감이 잘 안 오실 겁니다. 월별 신생아 수로 계산해 봤을 때 2005년 12월(3만2700명) 이후 90개월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6월에 갑자기 신생아 수가 줄었나 싶어 상반기(1∼6월)에 태어난 전체 신생아 수를 살펴봤습니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상반기에 총 22만6600명의 아이가 첫 울음을 터뜨렸는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8.1% 줄어든 것입니다. 2011년, 2010년과 비교해도 현저히 적은 수치입니다.
통계청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혼인 감소 현상이 신생아 출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혼인은 신생아 출산의 선행지표입니다. 결혼을 하는 사람이 줄면 태어나는 아이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지난해 결혼에 성공한 커플은 총 32만7100쌍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0.6% 줄어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6개월 연속 신혼부부 수가 줄었고, 특히 3월에는 혼인 건수가 16%나 줄기도 했습니다.
‘초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신생아 수 감소는 국가 경쟁력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노동 인구가 줄어들어 생산성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출산 장려 정책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통계청은 너무 비관하지는 말라고 강조합니다. 5월과 6월 들어 조금씩이나마 혼인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하반기에는 혼인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쯤에는 신생아 수도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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