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타이어에는 홈이 여러 개 새겨져 있습니다. 그 크기가 모두 같을까요?”
유정선 금호타이어 연구기획팀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지곡동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를 찾은 기자들에게 퀴즈를 냈다. 정답은 ‘아니다’였다. 유 팀장은 “홈의 크기가 같으면 진동 주파수가 같아 소음과 진동이 증폭되는 공진(共振) 현상이 일어난다”며 “이를 막기 위해 타이어 홈을 각각 다른 크기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홈 하나에도 과학이 담겨 있는 셈이다.
2일 준공식을 갖는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는 타이어와 과학을 접목하는 산실이다. 회사 측이 약 1000억 원을 들여 설립한 이 연구소는 대지 면적 1만4873m²(약 4506평)에 연면적 2만2823m²(약 6916평) 규모다. 연구 인력은 600여 명이다. 독일 중국 미국 등 해외 연구개발센터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도 맡는다.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는 슈퍼컴퓨터와 핵자기공명장치 등 10억 원대 고가 장비들을 새로 도입해 ‘타이어의 과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연구동 2층에 설치된 슈퍼컴퓨터는 타이어마다 새겨진 패턴이 지면과 닿을 때 마찰력과 그에 따른 연료소비효율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손봉영 금호타이어 연구본부장은 “중앙연구소는 앞으로 기초·핵심기술은 물론이고 미래기술까지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타이어에 구멍이 나면 안쪽에 있는 ‘실란트’라는 고무 액체가 나와 즉시 구멍을 메워주는 ‘실란트 타이어’, 타이어 표면의 센서가 노면 정보를 읽어 자동차에 전달하는 ‘인텔리전스 타이어’ 등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의 2.65%이던 연구개발(R&D)비를 2016년까지 3%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은 “워크아웃이라는 어려운 여건에서 대규모 연구소를 세운 것은 첨단기술에 대한 금호타이어의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타이어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편 미국 조지아 주 공장 건설도 재추진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8월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세이프가드(수입 규제조치)를 없앤 만큼 교체용 타이어를 중심으로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적절한 시기에 미국으로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또 “2009년 워크아웃 여파로 중단된 미국 조지아 주 공장 건설도 머지않아 재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공사 재개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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