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및 대학원에 다니는 예비 창업가 42명이 ‘대한민국 청년 창업 여건’에 대해 매긴 평균 점수다. 동아일보가 아산나눔재단 주최로 지난달 30일 열린 ‘제2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결선에 진출한 10개 팀 소속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국내 청년 창업의 현주소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 창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
참가자 42명은 ‘국내 청년 창업 여건을 점수(100점 만점)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최저 10점부터 최고 90점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들의 평균 점수는 50.9점이었다.
이들이 창업 여건 점수를 낮게 매긴 가장 큰 이유는 청년 창업가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이었다. 참가자 중 19명(45.2%)이 청년 창업의 걸림돌로 ‘청년 창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꼽았다. 창업을 한다고 하면 ‘객기 어린 무모한 도전’이나 ‘돈에 눈이 멀었다’며 폄하해 버리는 시선이 많다는 얘기다.
최영남 씨(24·서강대 경제학과 3학년)는 “요즘 창조경제라는 말이 유행인데 막상 청년 창업가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색안경을 낀 채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책 미흡’을 꼽은 사람도 8명(19.0%)이나 됐다. 최진원 씨(22·서강대 경영학과 2학년)는 “청년 창업가들이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상민 씨(25·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4학년)는 “청년 창업가가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도록 벤처 및 중소기업과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강화시켜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참가자들은 또 창업과 관련한 대학 교육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전체 응답자 중 3분의 1(14명)만이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창업 관련 강의를 들어봤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자는 “창업 관련 강의가 개설돼 신청했더니 기존 경영학 과목에 단순히 ‘창업’이라는 이름을 붙인 수준이었다”며 “창업을 한 선배들을 만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실제 참가자들이 창업에 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은 ‘선배 등 주변 지인’(33.3%)이나 ‘창업학회 또는 동아리’(31.0%)에 편중돼 있었다. ‘대학’이라는 답변은 9.5%에 불과했다. 이상효 씨(21·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2학년)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강의를 만들어주지 못할 경우 학교 내 창업 세미나라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예비 창업가들의 의식 개선도 필요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자세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여동인 씨(24·연세대 기계공학과 3학년)는 “대회 참가를 하나의 ‘스펙’으로 삼기 위해 나오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상금만 받고 실제 창업은 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실제 예비 창업가들이 창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사에 참가한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어졌다. 유인철 마젤란기술투자 상무는 “대학생들이 장애인,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아이템을 주로 구상하는 것은 단지 ‘사업의 당위성’을 내세우는 데 함몰돼 있기 때문”이라며 “실패하지 않으려면 사업의 명확한 수익 구조를 세운 뒤 창업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참가자 중 상당수는 고객들을 만나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머리로만 내놓은 사업 아이템을 갖고 나왔다”며 “이렇게 창업에 뛰어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선에서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관광지 오디오 가이드’ 사업 아이템을 낸 가이드플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아산나눔재단 측은 “이 팀은 사업 모델이 구체적인 데다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 그들의 니즈(needs)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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