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창조경영]無에서 有를… 공기업의 진화, 창조경제 첨병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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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영’으로 경제 일으킨다

4월 29,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한국전력공사가 개최한 ‘전력산업 동반성장 박람회’에 참여한 외국 기업 관계자들이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공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첨단기술 활용 등을 통해 창조경영 확산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제공
4월 29,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한국전력공사가 개최한 ‘전력산업 동반성장 박람회’에 참여한 외국 기업 관계자들이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공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첨단기술 활용 등을 통해 창조경영 확산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제공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통해 경제부흥을 이루고 국민이 행복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습니다.”

2월 25일 취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창조’는 박근혜 시대의 핵심이다. 대표적인 경제공약인 중산층 복원, 일자리 창출을 달성하기 위한 길은 모두 창조경제로 통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 창조경제를 통해 정체기를 맞은 한국 경제를 일으켜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중산층도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된 창조경제라고 하면 흔히 정보통신기술(ICT), 문화 등을 떠올린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창조의 과정 자체가 기술의 첨단이나 창의성과 맞닿아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벤처 기업이 창조경제의 첨병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정부를 대신해 공공성이 강한 경제 분야를 떠받치고 있는 공기업들은 언뜻 창조경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미 틀이 갖춰진 시장에서 다른 분야와의 융합, 창의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 역시 창조경제의 한 유형이 될 수 있다. 창조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상품화하고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돕는 경제 생태계도 중요하다.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창조경제의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창조경제에서 공기업들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공기업들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동반성장, 융합 기술 활용 등을 통해 창조경제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술 중소기업 해외 판로 개척, 창조경제 환경 조성

창조경제는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2001년 펴낸 책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존 호킨스는 이 책에서 창조경제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경제적 자본과 상품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모델 국가로는 이스라엘이 꼽힌다. 인구가 800만 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에는 6700여 개의 벤처기업이 전체 수출과 일자리 창출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것이 1993년 설립된 ‘요즈마 펀드’다.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 정부(40%)와 민간(60%)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벤처캐피털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들에 투자해 성장을 돕는다.

자금지원만큼 중요한 것이 신기술로 만들어낸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신생기업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2년간 경영과 마케팅을 돕는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국내 공기업들도 창조경제 환경 조성을 위해 중소기업 판로 개척을 돕는 데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공기업들이 국가 기간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보니 지원 범위도 넓다. 기술력 전수나 금융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여지도 많다.

협력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한국전력은 해외 판로 개척 지원을 위해 협력사들에 ‘한전 파트너’ 브랜드를 사용하도록 허가해주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출 등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크게 높아진 한전의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 기술력을 갖춘 국내 에너지 산업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전은 또 올 4월 국내 최초로 ‘전력산업 동반성장 박람회’도 열었다. 한전이 경비를 부담해 147개 중소기업이 전시 부스를 마련했고, 32개국 해외 바이어들이 참여했다.

한국동서발전 역시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력이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올 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3개국 기업 관계자들을 국내로 초청해 구매 상담회를 열기도 했다. 또 한국남동발전은 중소기업 연구개발 제품 상설 전시관을 개설해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실증센터를 통해 중소기업 기술개발을 돕고 있다.

최첨단 기술로 창조경제 시장 열어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직접 창조경제에 기여하는 공기업도 적지 않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도 마땅히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도로에 ICT를 결합한 ‘스마트 하이웨이(지능형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들면서 고속도로 안전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고 4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전은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송전하는 일종의 배터리인 에너지 저장장치(ESS)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한국남동발전은 화력발전에 사용하고 남는 석탄재를 신소재로 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또 전기안전공사는 전력망에 ICT를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전력 필요량과 공급 가능량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인 ‘스마트 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대표적인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셰일가스 개발사업에 참여해 창조경제를 위한 신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지도를 송두리째 뒤바꿀 것으로 평가되는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서는 암석층에 숨겨져 있는 셰일가스를 추출해낼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석유공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회사인 ‘아나다코’사와의 합작투자를 통해 셰일가스 ‘노다지’로 꼽히는 북미 지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물론이고 관련 기술 확보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인재 양성도 중요하다. 취업을 위해 소위 ‘스펙’과 학벌에만 매달리는 취업 환경으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인력공단은 청년취업아카데미 사업을 통해 청년들을 산업인재로 양성하는 데 발 벗고 나서고 있으며 대한민국 명장 선정 사업으로 숙련기술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지원자에게 한 달간 온라인으로 ‘나의 비전’ 등의 주제로 ‘UCC(사용자제작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제를 줘 이를 통해 1000명 가량의 지원 자 중 35명을 뽑았다. 해양환경관리공단 등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고졸 청년 채용 확대 등을 통해 ‘스펙 타파’에 앞장서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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