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정부가 ‘해결 매트’를 꺼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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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해결, 이렇게 하면 100점]<상>이웃간의 전쟁 유발자

《 국민 10명 중 6명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한국에서 껄끄러운 문제 중의 하나가 층간소음이다. 소음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 중에는 불면증과 신경과민에 시달리는 이가 적지 않다. 심지어 이를 둘러싼 갈등이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들이 뛸까봐 온종일 아이들을 감시하고,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오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 사람들도 많다. 정부는 층간소음이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아파트를 지을 때 바닥 구조 기준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누구나 ‘소음 제공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거주자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실태와 해법을 3회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

“윗집에서는 저를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붙이지만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는데 어떻게 참겠어요?”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11층에 6개월 전 이사를 온 주부 김모 씨(36)는 기자를 보자마자 이렇게 불만을 쏟아냈다. 최근 본보 취재팀이 층간소음 상담·측정 전문업체인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상곤 소장과 층간소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방문한 길이었다.

김 씨를 가장 괴롭히는 건 오후 11시 이후의 소음. “자려고 누웠다가 의자 끄는 소리, ‘쾅’ 서랍장 닫히는 소리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죠. 안방에서 자는 걸 포기하고 거실에서 눈 붙일 때도 많았어요.”

화를 꾹꾹 누르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불만을 제기해보기도 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경찰도 불러봤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기는 경찰도 매한가지였다. “집을 전세 주고 아예 최고층으로 이사 갈까 어쩔까, 하루에도 여러 차례 생각하고 있어요.”

차 소장은 1시간여의 상담을 한 뒤 중재를 위해 윗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문을 연 윗집도 할말은 있었다. 문제의 안방을 사용하는 사람은 중학생 딸이었다. “학원을 다녀오면 오후 10시가 넘을 수밖에 없어요. 조심스럽게 걸어 다니라고 얼마나 주의를 주는데요. 인터폰 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떨려서 우리도 힘들어요.”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바빠진 차 소장을 따라다녀 보니 층간소음은 의지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었다. 용인 아파트 사례자의 경우 차 소장은 문제가 된 집 안방을 둘러보며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서랍장을 닫는 부분에 스펀지를 붙이고, 자녀가 사용하는 회전의자 아래에 매트나 담요만 깔아도 소음을 확 감소시킬 수 있다고 했다.

두 집 사이의 중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차 소장은 “감정은 상해 있지만 두 집 모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서 상황이 양호한 편”이라고 했다. 이 업체가 ‘출동’하는 건수는 하루에 보통 10건인데, 이 중 절반가량은 아예 대화를 거부한다. 어떤 경우는 “법대로 하자”고 나서기도 한다고.

층간소음이 우리 사회 갈등의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흉기 살인, 방화 살인까지 불러오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층간소음 상담은 7785건으로 지난해 3월 센터가 문을 연 이후 12월까지의 상담건수(7021건)를 이미 넘어섰다.

소음 원인도 대단한 것이 아니다. 환경부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을 소음 원인별로 살펴보면 ‘아이들(발걸음) 뛰는 소리’가 전체의 73.5%, 망치질(쿵 소리)이 4%, 가구 끄는 소리가 2.3% 등이었다.

공동주택 거주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층간소음 갈등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층간소음과 관련한 바닥구조 기준을 강화했다. 과거와 달리 내년 5월 이후 새로 짓는 주택은 바닥 두께를 21cm 이상으로 만들어야 하고 바닥 충격음 기준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현재는 바닥 두께와 충격음 중 한 기준만 만족시키면 된다.

검증 방법도 까다로워진다. 지금은 아파트 시공현장과 표준시험실에서 바닥 충격음 성능을 측정한다. 하지만 실험실은 실제 사는 아파트와 방, 거실의 형태, 배관 등 조건이 달라 실제 소음치를 반영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시험실의 구조를 실제 주택과 동일하게 구성해 소음 차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아파트 층간소음 예방과 분쟁조정을 위해 입주민의 생활규칙을 담은 표준 관리규약 준칙안도 마련됐고 연구개발(R&D) 활동도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3년에만 7000만 원,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총 250억 원을 투자해 공동주택의 생활소음 저감 등 주거생활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주택들은 층간소음에 무방비 상태여서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기존 주택의 바닥재, 탄성재 보완공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인=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층간소음#정부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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