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샐러리맨 신화’ 막 내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6일 03시 00분


채권단 “STX조선 새 대표 박동혁 추천”… 공동대표 강덕수-신상호 경영권 상실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고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STX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로,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을 등기이사로 각각 추천하기로 결의했다.

새 대표이사가 선임되면 기존 공동 대표이사인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신상호 STX조선해양 사장은 경영권을 잃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NH농협은행 등 4개 채권기관 실무자 1명씩과 경영관리단장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신임 대표이사 추천에 찬성했다”며 “강 회장에 대해 부실 경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STX조선해양은 9일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킨 뒤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이 STX조선해양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강 회장이 4월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을 당시 ‘경영권 행사와 관련해 채권단 결정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채권단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에 ‘패자 부활’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STX엔진도 이날 STX그룹 계열사 중 두 번째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기업 회생을 위해 추진 중인 자율협약이 체결되면 채권단이 강 회장을 ㈜STX와 STX중공업 대표이사 직에서도 물러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STX그룹이 해체돼 강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도 막을 내리게 된다.

강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에 사원으로 입사해 재무 전문가로 승승장구했다. 쌍용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그는 2000년 ‘월급 사장’에 오른 뒤 사재 20여억 원과 스톡옵션을 합쳐 회사를 인수했다.

이듬해 5월 STX로 사명을 바꾼 강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을 앞세워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인수했다. 이어 2007년 노르웨이 크루즈선 제조업체 아커야즈(현 STX유럽)의 지분 39.2%를 인수했다. 2009년에는 STX다롄(大連)을 설립했다.

2001년 2600억 원에 불과했던 STX그룹 매출액은 지난해 27조5000억 원으로 100배 이상 성장했다. STX그룹은 4월 기준 자산 규모 24조3000억 원으로 재계 13위(공기업 포함 19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STX그룹의 성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등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추락하면서 그룹 전체 재무구조도 급속히 나빠졌다.

김창덕·조은아 기자 drake007@donga.com
#강덕수#STX조선해양#S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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