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일 기자의 핫플레이스] “문의전화 하루 43통” 용인의 반격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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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폭등 수지구에 가보니…

《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가장 많은 정부 대책이 쏟아져 나온 분야가 부동산이다. 매매 시장이 죽고 전월세 시장은 급등하면서 집 가진 사람도, 집 없는 사람도 너나없이 “죽겠다”는 신음이 나오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대책의 ‘약발’이 먹히면서 부동산 매매시장의 활기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깊은 침체상태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지역도 많다. 동아일보 김준일 기자가 들썩여서 기분 좋은 곳, 침체돼서 침울한 곳 가리지 않고 화제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생동감 있는 정보를 전하는 ‘김준일 기자의 핫플레이스’ 코너를 격주로 연재한다. 》
2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광교공인중개사 관계자로부터 김준일 기자가 이 일대 부동산 전망에 대해 듣고 있다. 꿈틀대기 시작한
 용인 수지구 아파트시장의 분위기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을까. 용인=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광교공인중개사 관계자로부터 김준일 기자가 이 일대 부동산 전망에 대해 듣고 있다. 꿈틀대기 시작한 용인 수지구 아파트시장의 분위기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을까. 용인=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오늘 하루 문의전화만 43통 왔습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요즘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요.”(2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S부동산 대표)

사회부 사건팀에서 경제부 부동산팀으로 온 지 두 달. 현장에서 만난 부동산중개업자에게서 처음으로 ‘분위기가 괜찮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부동산 취재를 다니며 만난 사람들에게서 느낀 것은 ‘경찰서에 오는 사람만큼이나 근심스러워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입자들의 한숨 소리, 매매가 하락에 울상 짓는 집주인들, 문을 닫겠다는 부동산중개업자들, 수익 악화에 고민하는 건설업계…. 같은 팀 선배에게 “이곳에 온 뒤로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더니 선배는 “난 5년째 이 모습을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일까요. 웃음 띤 S부동산 대표의 말이 정말 반가웠습니다.

수도권 남부 부동산시장이 꿈틀대고 있다는 말에 2일 용인 수지구를 찾았습니다. 불시에 찾은 부동산중개업소 10곳 대부분이 바빴습니다. 직원들은 일제히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찾았던 다른 곳의 부동산들이 사실상 개점휴업처럼 보였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끝없이 치솟는 전세가에 지쳤는지, 혹은 가을 이사철에 마음이 급해졌는지, 아니면 8·28대책에 마음이 동했는지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최근 2주 사이에 수지구 상현동의 아파트 매매가가 1000만∼2000만 원 올랐습니다. 이곳 현대아이파크 2차 공급면적 109m²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달 2억8000만 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3억 원대 초반입니다. 전세금은 지난해 동기보다 7000만∼8000만 원 오른 2억3000만∼2억5000만 원 수준입니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의 비율)이 80%를 웃돕니다. 근처 중소형 아파트 대부분 비슷한 전세가율입니다.

“전세를 구하다 홧김에 집을 산다”는 게 이곳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전언입니다.

서울에서 걸려오는 전화도 많습니다. 서울 전세가 폭등에 못 이겨 강남권 출퇴근이 쉬운 용인으로 이사하려는 문의가 많다고 합니다. 이곳을 수도권 남하의 마지노선으로 본다는군요. G공인중개사 대표는 “지난주에 서울 강남구에 사는 사람이 120m²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며 “어차피 이곳 매매가가 서울 전세가보다 싼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취득세 영구인하 등 매매지원책이 이뤄지자 매수 문의를 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곳 주택시장이 저점을 벗어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보입니다. 경매물건은 크게 줄고 반대로 응찰자는 늘었습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7월 수지구의 경매 물건은 91건이었고 평균 응찰자는 3.9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경매에 나온 물건은 66건이었고 평균 응찰자는 8.4명이었습니다. 주택시장 회복의 기미가 보일 때 경매물건은 줄고 응찰자는 늘어난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변화는 주목할 만합니다.

아쉽게도 이 같은 변화는 아직은 중소형 아파트에 국한된 것 같습니다. 중소형이 많은 상현동과는 달리 수지구 대형 아파트 위주의 신봉동 중개업소는 썰렁했습니다. 신봉동 L공인중개사 대표는 “여전히 미분양 아파트도 많고 실수요자가 적어 대형 아파트 매매 문의는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미분양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며 부동산 침체의 대명사로 불렸던 용인이었지만 최근 서울의 전세금 급등을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몰리면서 ‘용인의 반란’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반란은 일어날까요? 앞으로 현장을 더 다니다 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부동산#아파트 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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