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칼리 피오리나는 어떻게 ‘유리천장’을 깨트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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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짓에도 마음을 다치겠지만, 그들의 좁은 마음이나 편견을 내 짐으로 떠안지 않으리라. 인생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특히 그렇다.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 때문에 위축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다.” 》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해냄·2006년)

몇 년 전, HP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칼리 피오리나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일 좀 열심히 해보려는 여성들이 조직생활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미국 사회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한국 여성들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한편으로는 속이 후련해지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가 부동산 회사 말단 직원에서 HP의 CEO가 되기까지 여성으로서 차별을 견뎌낸 주요 과정이 들어 있다. 신문 국제면을 통해 언뜻 스쳐 접했던 인물이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편견을 깨뜨려 가는 피오리나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여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파트너 기업 직원 앞에서 발표할 때, 정장바지 주머니 속에 남편 양말을 뭉쳐 넣고 남자들의 물건(?)처럼 보이게 해 상대의 편견을 깨뜨리게 했다는 대목에서는 호기심도 들었다. 아무리 배짱 좋은 여성도 감히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단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일에 집중하는 ‘프로’의 자세도 본보기로 삼을 만했다.

내가 처음 사회에 진출했을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지금도 여성 직장인을 둘러싼 여건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육아와 출산은 여전히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에게 큰 ‘짐’이다. 힘들어하는 후배를 만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그들이 어떻게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지를 살펴보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간관계가 잘 풀리지 않거나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아도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천하의 ‘칼리 피오리나’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안고 하나하나 극복해 갔으니.

오순명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칼리 피오리나#오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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