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현재와 미래’ 좌담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정부가 융합 지원하는 ‘한국형 창조경제’ 접근방식 독창적”
창조경제 창시자 英호킨스 대표-산업부 김재홍 제1차관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존 호킨스 영국 창조경제연구소 대표(가운데)와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오른쪽)이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의 사회로 창조경제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호킨스 대표는 대담에서 
“창조경제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가 리더십을 가지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존 호킨스 영국 창조경제연구소 대표(가운데)와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오른쪽)이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의 사회로 창조경제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호킨스 대표는 대담에서 “창조경제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가 리더십을 가지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키워드다. 대표적인 경제공약인 중산층 복원, 일자리 창출을 달성하기 위한 길은 모두 창조경제로 통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인 창조경제를 통해 정체기를 맞은 한국 경제를 일으켜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중산층도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창조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정부는 ‘융합’을 꼽는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 제조업에 더이상 과거와 같은 빠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만큼 전자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기술과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해 단시간 내에 부가가치를 높여 제조업의 정체를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한국 산업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산업통상자원부 김재홍 1차관과 창조경제의 창시자 존 호킨스 영국 창조경제연구소 대표는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좌담회를 갖고 한국 창조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이 사회를 본 이날 좌담회는 10일 산업부가 개최한 ‘2013 산업 융합 국제 콘퍼런스’의 일환으로 열렸다.

○ “창조경제로 성장 정체 넘어서고 일자리 창출해야”

▽조신 원장=먼저 창조경제의 개념과 범위부터 얘기를 나눠보자. 한국에서는 산업 융합 촉진을 통해 어떻게 창조경제를 구현할 것이냐가 화두인데 현 시점에서 창조경제의 개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존 호킨스 영국 창조경제연구소 대표
존 호킨스 영국 창조경제연구소 대표
▽호킨스 대표=2001년 내놓은 책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에는 당시 영국과 유럽의 변화상이 많이 반영돼 있어 디자인, 미디어, 문화 등이 창조경제의 주요 분야로 강조됐다. 최근에는 시야를 넓혀서 인구·사회적 변화, 뉴미디어의 등장 등 새로운 창조성과 혁신이 어떻게 창조경제에 녹아드는지 연구하고 있다. 199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는 경제 흐름이 정보경제-지식경제-창조경제의 순서를 밟아 나갈 것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이 세 가지 경제 형태가 상호 연결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창조와 혁신이 상호보완적인 흥미로운 관계가 설정되고 있는 것이다.

▽김재홍 차관=한국에서 창조경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창출하는 경제성장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과 자본 등 요소 투입 중심의 경제 체제였지만 지금은 창의성과 혁신성이 중요한 상황이 됐다. 또 한국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한계에 부닥치고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추격형 경제였지만 이미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 규모가 되다 보니 이런 체제로는 더이상 성장이 어렵다. 선도형 경제로 전환해 가야 하는 상황과 맞물려 창조경제가 등장한 것이다.

▽조=산업 융합에 있어서 한국의 현재 위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호킨스=창조경제에 대한 한국의 접근 방식은 독창적이다. 창조경제가 포괄적 개념이다 보니 일반적으로 융합은 창조경제의 한 부분으로 간주된다. 개인이 창의성을 갖고 혁신을 추구하다 보면 그런 아이디어들이 조합돼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생기는데 융합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변화의 하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융합을 위해 정부가 강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이를 통해 창조경제를 이끌어 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의 이런 방식은 좋은 것이고 현재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창조경제에는 융합과 함께 창의성도 중요하다.

창조경제는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경제 차원의 부가가치만큼 개인의 부가가치도 중요하다. 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력의 개발이다. 각 개인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이해하고 이런 요구들을 반영하면서 창업하는 과정 등을 통해 창조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창업은 한국에서도 중요한 이슈인데 개인의 발전과 삶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어야 한다.

김재홍 산업부 제1차관
김재홍 산업부 제1차관
▽김=창조경제에 대한 시각은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성장이 정체된 한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경제성장을 끌어올리는 방법의 차원에서 융합이 중요한 전략이자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천 기술을 개발하려면 적어도 3, 4년 이상이 걸리지만 기존의 지식과 기술을 잘 조합하고 융합해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면 곧바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자동차, 조선, 해양 플랜트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들에 정보기술(IT), 과학기술이 접목되면 그 산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융합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 정부 리더십으로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해야

▽호킨스=과거 미국과 유럽에서 기업들, 즉 공급자가 주도하는 융합이 주류였다면 10여 년 전부터 새로운 형태의 융합이 출현했다. 사용자의 욕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용자 주도형 융합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혁신은 이런 사용자의 역할이 주도적이었는데 이는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바뀐 큰 변화다. 이런 점에서 어떻게 사용자 주도형 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을 조성하느냐는 것이 문제다. 이는 모든 나라가 직면한 문제다.

▽김=전적으로 동감한다. 결국 바람직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융합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과 연구소, 학교 등이다. 이들이 어떻게 서로 협업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업들은 다른 업종과의 공동 기술개발, 정보 교류 등 상호 협력 풍토가 조성돼야 하고 학교와 연구소는 융합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체계를 요약하는 용어가 개방형 혁신이고 정부의 역할은 이런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법과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융합과 창조 생태계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킨스=정부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창조경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에서는 1997년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영국의 미래는 창의성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할 때 부모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사회적 풍토가 바뀌려면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책에 대한 감독과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 역시 강조하고 싶다. 교육, 훈련, 세제 등 정부 정책에 대한 감사가 효과적으로 잘 이뤄져야 창조경제가 바로 나갈 수 있다. 또 신중하게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지원을 해줌으로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 좌담회 참석자

○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 원장(56)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K텔레콤 부사장, SK브로드밴드 사장 등을 지냈다. 2010년부터 산업부 R&D전략기획단의 정보통신 매니징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올 4월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에 취임했다.

○ 존 호킨스 창조경제연구소 대표(68)

2001년 펴낸 저서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에서 처음 창조경제의 개념을 제시한 영국의 경영전략가로 창조경제의 전도사로 불린다. 2006년부터 창조경제연구소 대표를 맡아 경영전략과 창조경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영국 링컨대와 중국 상하이희극학원의 방문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55)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20여 년간 산업과 기술 분야를 두루 거친 산업자원, 정보기술(IT) 분야의 정책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2011년부터 올 초까지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성장동력실장으로 일하면서 산업융합촉진법 제정 등 융합산업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주도했다.

정리=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존 호킨스#창조경제#조신#김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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