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유통업체 서킷시티와 베스트바이는 많은 면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일단 파는 제품이 같다. 둘 다 전자제품과 컴퓨터 관련 제품을 판매한다. 소비자에게 내건 모토도 비슷하다. ‘전자제품을 쉽고 즐겁게 사는 곳’을 내세운다. 같은 메시지를 내세운 만큼 광고도 비슷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각 기업을 직접 체험하기에 앞서 겪는 ‘간접 경험’ 측면에서 두 기업은 소비자에게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제품도 같고 광고도 같은데 왜 서킷시티는 실패하고 베스트바이는 성공했을까. 성패는 ‘광고에서 접한 브랜드 이미지가 브랜드 실체와 동일한가’에서 갈렸다.
서킷시티는 비용 절감을 최대 과제로 삼았다. 대형 유통업체의 특성상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춰야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 인건비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자제품 판매에 별로 경험이 없는 미숙련 서비스 인력을 주로 썼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직원들의 고객 대응은 항상 조금씩 늦었고 결국 서킷시티의 매장은 ‘전자제품을 쉽고 즐겁게 사는 곳’이 되지 못했다.
베스트바이는 달랐다. 그들은 기계에 정통한 괴짜들을 매장에 배치했다. 기계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며 새로 나온 기계를 먼저 써보는 일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정규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들과 얘기를 나누며 전자제품을 고르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매장을 방문하는 일이 ‘즐겁고’ 기계를 구매하는 일이 ‘쉬워지지’ 않겠는가. 베스트바이는 전자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익스피어리언스 존(experience zone)’도 만들었다. 소비자가 새로운 기계를 직접 써보고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자제품을 쉽고 즐겁게 사는 곳’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은 광고를 통해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실체에 반영해서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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