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억울해” 동태가 기가 막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먼바다에 나가 명태를 잡아오는 국내 원양업계가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동태(냉동 명태)는 올해 정부에서 실시한 수산물 방사능 검사 과정에서 한 번도 세슘, 요오드 등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적이 없어 안전성이 입증됐다. 그런데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누출사고 이후 확인되지 않은 ‘방사능 괴담’ 때문에 소비자들이 수입 수산물을 외면해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사조오양의 올해 1∼7월 월평균 동태 판매량이 1230t이었지만 지난달에는 이전의 1% 수준인 14t에 그쳤다. ㈜동남의 경우에도 7월까지 2371t씩 팔리던 동태가 지난달 1137t으로 추락했다. 한성실업은 8월까지 동태 판매량(7825t)이 지난해 같은 기간(1만3618t)의 절반 수준이다.

전수용 한성실업 부사장은 “동태를 사려는 사람이 없다. 이달 초엔 동태 입찰이 유찰되면서 창고에 생선이 그대로 쌓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명태는 크게 생태(生太)와 동태로 나뉜다. 일본산은 생태에만 해당하고, 동태는 우리 원양어선이나 해외업체와 협업하는 합작어선이 러시아 북서부의 베링 해 어장에서 잡는다. 한국 연안에선 이제 명태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한국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한 해 유통되는 명태 약 25만여 t 중 2% 수준인 5000여 t만 일본산 생태이고 나머지는 러시아 수역에서 잡힌 동태”라며 “일본 방사능 오염수와 동태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수역은 일본 원전 사고 현장과 2500∼4000km 이상 떨어져 있고, 후쿠시마 앞바다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며 태평양 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러시아 명태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동태와 전혀 다른 일본산 ‘냉장 명태’에서 미세한 용량의 세슘이 검출된 적이 있지만 그 검출량도 2∼12.5 4Bq(베크렐·방사성물질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기준치 100Bq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다.

김현태 원양산업협회 홍보·마케팅지원센터장은 “미량의 방사능도 나온 적이 없는 명태가 일본산 생태와 헛갈려 소비자들이 기피하고 있으니 억울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국원양산업협회는 안전한 동태를 구입하는 요령으로 원산지 표시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러시아수역에서 합작어선이 잡는 명태에는 원산지를 ‘러시아산’으로 표시하고 국내에 들여올 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철저한 방사능 검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한국 원양어선이 잡는 명태는 ‘원양산’으로 표기되며 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방사능 검사를 엄격히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방사능 괴담에 지나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산 수산물에서 미량의 방사능이 검출됐지만 이 역시 인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수입 기준 등을 흔들면서 국민에게 쓸데없는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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