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전통시장]스마트·공존·노하우 전수… 대기업·마트가 손을 내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적극 지원 나선 기업들

전통시장 부활을 위해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전통시장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위해 기업들이 가진 역량과 재능을 나눠 주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 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막대한 재정 투자로 전통시장 살리기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꺼진 엔진을 되살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지금까지의 시장살리기 대책이 시설 현대화와 같은 하드웨어 투자에 치중됐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현대식 마케팅과 고객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고객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의 진화가 절실하다. 기업들은 이 같은 전통시장의 ‘갈증’에 주목했다.

KT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은 ‘미래시장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활용해 전통시장 경쟁력 높이기에 나선 것. KT는 5월부터 경남 창원 부림시장과 창동상가의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상점 홍보나 고객 관리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이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소상공인 경영 지원을 위해 자체 개발한 고객 관리 프로그램인 ‘마이샵’을 개발해 인천 신기시장에 제공했다.

상인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 같은 첨단 IT 기기를 활용하면 전통시장에서도 대형마트처럼 손님 개개인의 기호에 맞춘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림시장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옥진주단’의 구정아 사장은 “스마트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활용하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직접 올릴 수 있고 즉석에서 주문을 받을 수 있다”며 “기업들이 도와준 덕분에 매출이 3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대립 관계였던 대형 유통업체도 전통시장과의 슬기로운 상생 사례를 만들었다. 파주 이마트는 경기 파주 금촌시장과 상생활동의 일환으로 한 달에 두 번씩 쉬게 돼 있는 의무휴무일을 탄력적으로 조정했다. 5일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이마트가 쉬면 좋겠다는 상인회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 이에 따라 이마트는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로 정한 휴무일을 매월 6일과 21일로 바꿨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중구 약수시장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고객응대법 등 백화점식 서비스와 점포관리 요령을 정기적으로 전수해 주고 있다. 롯데백화점 서비스아카데미의 프로 강사들이 상황별 인사 요령, 농·수산물과 가공품 진열관리, 단골 많은 집의 응대 노하우, 손님을 놓치는 실수, 서운한 손님의 마음을 풀어 주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

이와 함께 CJ그룹 계열사인 ‘CJ헬로비전 양천방송’은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의 다양한 쇼핑정보와 할인 이벤트를 지역채널로 방송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는 제주 동문재래시장과 자매결연을 하고 서울 본사와 부산, 제주 지역본부의 직원식당 식자재를 이 시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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