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레노버는 2분기(4∼6월) 처음으로 미국 HP를 제치고 세계 PC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레노버의 분기 매출은 88억 달러(약 9조5524억 원)로 사상 최대였다. 2005년 미국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뒤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레노버의 시선은 스마트폰으로 향하고 있다. 레노버는 “PC 외에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앞지르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TV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자는 10일 중국 베이징(北京) 본사와 연구개발(R&D)센터, 베이징 매장을 통해 레노버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레노버 R&D센터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중관춘(中關村)과 핵심 소프트웨어 인력이 일하는 베이징 소프트웨어연구센터 근교에 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근처에 있어 인재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22만 m² 규모의 레노버 R&D센터는 데스크톱 테스트 연구소, 브랜드 체험센터, 디자인센터 등 9개의 연구센터로 이뤄져 있다.
브랜드 체험센터 입구에는 스마트폰과 스마트TV, 태블릿PC를 비롯해 데스크톱, 노트북 등 다양한 자사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PC, 스마트폰 등 제품 및 커버 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인센터 곳곳에는 디자이너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안드레아스 슙 디자인센터 전략팀 이사는 “우리는 지난해 레드닷어워드를 비롯해 유수 기관에서 많은 디자인상을 받았다”며 “성능을 최대한 강조하는 디자인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레노버의 디자이너인 야오잉자 씨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디자인한 성화도 디자인센터 입구에 전시돼 있다.
데스크톱 테스트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영하 40도에서 영상 60도까지 컴퓨터 저장장치가 견딜 수 있는지, 스마트폰 같은 주변 전자기기에 방해받지 않는지, 소음은 어느 정도인지를 비롯해 8가지 테스트를 했다.
케빈 백 레노버 이사는 “이런 끈질긴 노력 끝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PC를 납품할 수 있었다”며 “우주에서는 레노버 PC의 점유율이 100%”라고 강조했다.
레노버는 세계 1위를 달성한 PC 분야 성과를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스마트기기 분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2분기 12.3%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인 삼성전자(19.4%)와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밀코 반 뒤즐 수석부사장은 “2010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을 처음 내놓은 지 3년 만에 중국 2위, 세계 4위라는 성과를 냈다”며 “특히 중국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인 레노버가 삼성전자나 애플 등 외국 기업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7개국에서 내놓았지만 내년부터 일본, 미국 등으로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캐나다 스마트폰 회사 ‘블랙베리’ 인수 소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많은 기업의 인수합병(M&A)에 관심이 있다”고 밝혀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백 이사도 “레노버는 삼성전자를 제치기 위한 준비를 모두 끝냈다”며 “700달러 이상 고가의 스마트폰 시장에 주력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300∼400달러대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면서 전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으로 1위를 지키고 있다. 2011년 7위에 그쳤던 레노버는 작년 말 2위로 뛰어오르며 삼성을 추격하고 있다. 2011년 350만 대에 그쳤던 판매량은 지난해 2290만 대로 늘어났다.
현지 스마트폰 유통업체 관계자는 “레노버는 중국 기업으로 제품 출시 속도가 빠르고 판매수수료를 삼성전자나 애플보다 많이 줘 유통업체와의 관계가 좋다”며 “그래서 유통업체들은 레노버 스마트폰 판매에 적극적이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