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초 자녀 교육 문제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의 2억2000만 원짜리 전세아파트를 구해 이사한 남윤식 씨(47). 올
들어 보증금을 6000만 원이나 올려주고 전세 재계약을 했다. 모아둔 돈에 대출금을 보태 오른 보증금을 충당했지만 멈출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전세금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났다. 그는 2년 전 이사할 때 집을 살까 고민도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하우스푸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는 마당에 대출받아 집을 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올해 안에 집을 사면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4·1 부동산 대책’이 나온 데 이어 ‘8·28 전월세 대책’으로 취득세
인하와 무주택 서민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각종 혜택이 쏟아졌다. 계속되는 저금리 정책도 힘이 됐다. “이제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집을 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세 재계약 때마다 목돈을 어떻게 구해야 하나라는 막막함도
한몫했습니다.” 》
○ “전세 목돈 구하다 지쳐서”
남 씨는 8·28대책 직후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부천 중동’의 전용 84m²짜리를 지난주 4억2700만 원에 계약했다. 대출받아 중도금을 내고 지금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를 계획이다. “대출금리 정도만 집값이 올라도 그게 어딥니까. 주변에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꽤 되지만 최근 들어 이들도 차츰 관망세로 돌아서는 것 같아요.”
주택 매매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8·28대책이 발표되면서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주택경기 ‘선행지수’로 통하는 분양시장은 청약 열기가 계속되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는 3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본보는 최근 신규 분양한 전국 아파트 3곳에서 10∼12일 집을 구매한 계약자 5명을 통해 주택 수요자들의 달라진 구매심리와 시장 전망 등을 짚어봤다.
○ “취득세 감면에 끌려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의 맞벌이 주부 김모 씨(37)도 전세난에 지쳐 내 집 마련에 나섰다. 그는 4년째 살고 있는 전셋집 보증금을 이미 4000만 원 올려줬다. 인근에 사는 언니는 기존 전셋집을 빼주고 100m²대(30평형대) 전세를 찾아 다녔지만 허탕만 쳤다.
“중소형 전셋집을 못 구한 언니가 ‘울며 겨자 먹기’로 대형으로 옮기는 걸 보니 저도 집을 사두지 않은 게 후회되더군요. 나중에 세놓기도 좋고, 팔기도 쉬운 소형 매물을 찾던 중 서울 도심에 전용 59m² 새집이 나온다고 해 바로 샀죠.”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1구역 텐즈힐’ 전용 59m²를 계약한 김 씨는 “정부 정책 발표 시기가 맞아떨어져 운이 좋다”며 “특히 실수요자에게 취득세 감면이 크게 와닿는다”고 말했다.
○ “노후를 위해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전세를 사는 김정철 씨(43)는 40대 중반을 앞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지금 모은 돈으로도 한강변의 중형 아파트 전세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데 집이 남아도는 시대에 대출받고 세금까지 내면서 굳이 집을 사야 할까….” ▼ “저금리 대출 - 취득세 인하 - 양도세 면제 약발” ▼
고민 끝에 김 씨는 “앞으로 직장을 10년도 채 못 다닐 텐데 나이 들어 전셋집을 옮겨 다니느니 노후를 위해서라도 내 집이 있어야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미분양이 많은 수도권 외곽보다 뉴타운, 재개발이 한창인 서울 도심을 눈여겨봤다. 그중 최근 개발이 취소된 다른 뉴타운과
달리 상대적으로 사업추진이 잘되는 왕십리뉴타운을 택했고, 1구역 텐즈힐 전용 59m²를 4억9000만 원에 계약했다.
“출퇴근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뉴타운 개발이 끝나면 지역 이미지도 바뀌고 집값도 오르지 않겠어요.”
지난달 말 본보기집 오픈 때부터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이 등장한 이 아파트는 이미 1500만 원의 웃돈이 붙었다.
“본보기집을 가보니 몇 호에 당첨됐느냐, 웃돈을 더 주겠다고 중개업자가 붙잡더라고요. 어차피 살 집이니 개의치 않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 “공공기관 이전 특수도 있다는데”
광주 광산구에 사는 김은경 씨(33·여)는 ‘재테크 수단’으로 새집을 분양 받았다. 전남 나주시 산포면에 조성 중인
광주전남혁신도시의 우미린 아파트(전용 84m²·2억1000만 원)다. 주변에서는 “광주시내도 아닌데 분양가가 2억 원이 넘느냐”고
놀랐지만 김 씨는 “투자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전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고소득자들이 옮겨오면
적어도 2000만∼30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며 “1년 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부동산에 관심 있는 젊은층이 많이
투자했다”고 귀띔했다.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이 속속 사옥 신축에 들어가면서 이미 지난해에만 나주시 아파트 공시가격은 10% 이상
뛰었다. 올 들어 수도권 집값이 1.8% 이상 떨어지는 동안 광주 아파트 매매가는 1.4% 오르며 침체를 비켜갔다.
김 씨는 “3, 4년 동안 광주 집값이 4000만∼5000만 원 올랐는데 8·28대책 이후 일주일 새 또 1000만 원 오른 곳이 많다”며 “집값 상승을 감안하면 5년 양도세 면제가 굉장히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 “월세 수익이 괜찮을 것 같아서”
3년 전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판 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부모님 집으로 들어간 자영업자 조재성 씨(44)는 처음
‘투자 목적’으로 집을 샀다. ‘래미안 부천 중동’ 전용 70m²를 3억7000만 원에 계약한 그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월세를
놓을 계획이다.
“8·28대책으로 민간임대 사업자 혜택이 확대됐고 최근 부동산경기도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아
임대수익형 부동산을 알아봤죠. 중동은 오피스텔 공실도 낮고, 낡은 아파트가 많은 1기 신도시라 새집을 찾는 사람이 많더군요. 월세
수익이 괜찮을 것 같아요.”
조 씨는 “한동안 집 사는 걸 포기했는데 저금리 대출부터 취득세 인하, 양도세
면제까지 정부 정책이 주택 구매를 지원하는 기조로 바뀌니까 생각이 변하더라”며 “다주택자가 마음 놓고 집을 팔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전세난 해결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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