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이 디젤차의 치열한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수입 디젤차의 활약에 국산업체가 뒤를 쫓는 형국이다.
최근 디젤 차량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신규 등록되는 수입차의 경우 5대 중 3대가 디젤차량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입 디젤차 신규 등록 점유율은 60.8%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9.3%)과 비교해 11.5% 성장한 수치다.
이처럼 수입 디젤차가 큰 성공을 거두자 국내업체들 역시 경쟁하듯 디젤차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문은 현대자동차가 먼저 열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20일 베스트셀링 모델인 아반떼에 디젤 트림을 추가했다. 아반떼 디젤(1745만~2090만 원)에는 ‘i30’에 들어가는 배기량 1.6리터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뒤이어 한국지엠은 16일 크루즈 디젤 LT+(2192만~2315만 원)를 선보였다. 이 차량은 2.0리터 엔진으로 국내외 준중형 디젤 모델 중에서도 배기량이 높은 편에 속한다. 기아자동차도 K3 디젤 출시를 올해 말로 확정졌다.
이 밖에 현대차는 그랜저 2.2리터와 제네시스 등 중대형 디젤 라인을 추가하고, 한국지엠은 말리부 디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도 디젤 엔진을 얹은 체어맨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국산 디젤차량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동급 수입차와 비교해 가격차가 크지 않을 뿐더러 연비효율이 좋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반떼 디젤의 연비는 16.2㎞/ℓ(자동변속기 기준), 크루즈 디젤 LT+는 13.8km/ℓ다. 앞으로 출시될 K3 디젤 또한 아반떼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폴크스바겐 골프(1.6ℓ)는 18.9㎞/ℓ, BMW 1시리즈(2.0ℓ)는 18.7㎞/ℓ이다. 푸조 208(1.4ℓ) 연비는 21.1㎞/ℓ에 달한다.
또한 중소형 수입 디젤차의 가격이 2000만 원 후반에서 3000만 원 중반대로, 국산차(1750만~2300만 원)와 격차가 크지 않은 것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대림대학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 디젤 차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며 “특히 수입 디젤차와 비교해 연비와 소음·진동에 대한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차량 선택에 있어서 네임밸류도 중요하다”며 “국산과 수입차의 좁혀진 가격차는 국내업체들에게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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