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을 통해 느끼는 경험의 질이 예상 밖으로 긍정적이라는 사실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기회만 있으면 우리는 일을 줄이려고 한다.” 》
―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해냄·2010년)
추석 연휴 때도 도서관과 학원가를 전전한 취업준비생이 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제발 일 좀 시켜 달라’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날로 커져만 간다. 이들에게는 취업만 하면 행복한 세상이 열릴 것 같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먼저 취업한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취업 후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일을 시작하면 이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몸은 피곤하고 정신은 피폐해진다. 대안이 없으니 하던 일을 계속 한다. 일은 더욱 힘들어진다.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세계적인 심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칙센트미하이 씨는 이에 대해 “어릴 때부터 생활습관이 굳어졌기 때문”이라며 “능동적인 자세로 일에 집중하면 값진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조사를 해보면 대다수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은 “학교 공부는 일 같고 운동 경기는 놀이 같다”고 대답했다는 것. 아이들은 일로 여기는 활동이 자부심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그런 활동을 할 때 만족도는 낮게 느낀다. 이런 경향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해지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굳어져 버린다.
이런 역설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어릴 때부터의 태도 이외에 저자는 ‘옛날부터 고용주는 자기가 부리는 사람의 복리에 별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을 꼽았다. 이 때문에 많은 근로자가 일에서 삶의 본질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회사 문을 나서야 비로소 행복한 시간을 맛본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
하지만 여가 시간이 행복을 보장할까. 그렇지는 않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몰입만 한다면 일만큼 복합적인 만족을 가져다주는 것도 없다는 것. 먹고살 걱정이 없는 사람이라도 놀기만 하는 ‘권태로운 천국’보다 매일 할 일이 있는 ‘행복한 지옥’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