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석동빈 기자의 DRIVEN]진화하는 골프… ‘모범생’에서 ‘놀 줄 아는’ 매력 더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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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대 골프

애플의 ‘아이폰’은 신제품이 발표될 때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고 경쟁 업체들을 긴장시킨다. 자동차 분야에도 나올 때마다 소비자와 업계의 주목을 받는 모델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폴크스바겐의 ‘골프’다.

골프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천재성’은 없지만 높은 연료소비효율(연비)과 운전 재미, 주행 안정성, 질리지 않는 디자인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골고루 가지고 있어서 ‘모범생’으로 불린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가 아니면서도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이유다. 골프는 1974년 첫 모델이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3000만 대가 팔렸다.

7세대로 진화한 골프를 채널A의 자동차 프로그램인 ‘카톡쇼’를 통해 만나봤다.

디자인

폴크스바겐은 7세대 골프에 대해 ‘프리미엄의 민주화’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소비자들이 높지 않은 가격에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폴크스바겐을 일반 대중 브랜드와 달리 프리미엄급으로 대우해 달라는 요구가 숨겨져 있다. 엄연히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있는데 대놓고 프리미엄이라고 주장하기는 겸연쩍어서 슬쩍 돌려 말한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운 감성을 신형 골프에 담았다. 우선 외부 디자인이 역대 골프 중에서 가장 공격적이다. 골프는 철저히 대중 지향적인 자동차이기 때문에 40년간 평범한 디자인을 고집해왔다. 처음 봐도 친숙하고 10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것이 디자인 원칙이었다. 모범생이기만 했던 골프가 7세대에는 공부도 제법 하면서 ‘좀 노는 학생’으로 변신했다고나 할까.

7세대 골프의 전조등은 노려보는 듯이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고 범퍼와 보닛 측면에 날카로운 선이 들어갔다. 몸매 이곳저곳에 각이 잡힌 느낌이다. 껑충해 보였던 차체도 낮아지고 넓어지면서 안정감을 주면서 동시에 스포티해졌다. 전면 공기흡입구와 범퍼 아랫부분에 크롬라인이 들어가 은근한 고급스러움을 담았다.

실내는 여전히 폴크스바겐 스타일의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예전보다는 질감이 높은 내장재를 사용해 감성 품질을 높이려 한 흔적이 보인다. 오디오의 음질도 좋아진 듯하다.

하지만 골프를 프리미엄급이라고 부르기에는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프리미엄 자동차들이 주는 감동이나 과잉의 증거들이 없어서다. 게다가 같은 그룹사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는 숙명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한계다.

성능과 편안함의 조화

골프의 가장 큰 진화는 커진 차체와 무게 감량이다.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가 59mm 늘어났고 높이는 28mm 낮아졌다. 차체가 길고 넓어졌지만 무게는 오히려 100kg이나 줄었다. 새로 도입한 차체 설계와 조립방식 덕분이다.

차체의 부분별로 이전 세대보다 줄어든 무게를 보면 △엔진 22kg △주행장치 26kg △상부구조 37kg 등이다. 차체의 무게를 낮추는 일은 모든 자동차 회사들의 화두. 그러나 안전도를 유지하면서 경량화를 하려면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다. 무게가 줄었다고 차체가 약해지지 않았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로NCAP 충돌 테스트에서 별 다섯 개 만점을 받았다.

차체의 변화로 인한 성능 향상은 생각보다 꽤 컸다. 출력은 기존 모델 대비 10마력 올라갔지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가속시간은 0.6초 줄어든 8.6초다. 차체 무게가 그대로였다면 30마력은 더 높아져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7세대 골프는 타이어의 폭이 6세대보다 더 넓어지고 편평비도 낮아져 이론적으로는 승차감이 떨어져야 하지만 서스펜션의 세팅을 새롭게 하고 앞뒤 바퀴의 거리가 늘어나면서 거친 노면에서 불편한 느낌이 약간 줄었다. 고속주행 안정성은 높아져서 시속 160km에서도 큰 불안감 없이 차로 이동이 가능했다. 무게 중심이 낮아지고 차체 무게 부담이 줄면서 가속력뿐만 아니라 좌우로 운전대를 돌릴 때 몸놀림이 가벼워졌고 제동성능도 좋아졌다.

카톡쇼에서 직접 측정한 시내주행 연비는 L당 14.9km, 고속도로에선 22km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차체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는 5% 정도 올라간다.

충분한 안전장치, 2% 아쉬운 편의장치

골프에는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이 처음으로 들어갔다. 1차 사고가 발생해 운전자가 의식을 잃어도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계속 작동해 2차 사고의 피해를 줄여주는 기능이다. 또 커브길을 돌아나갈 때 바퀴마다 걸리는 제동력을 조절해 주행 안정성을 높여주는 전자식 디퍼렌셜 록(XDS) 기능도 적용됐다. 또한 7개의 에어백과 앞좌석 경추 보호 머리받침대, 타이어 펑크 경고장치도 기본이다.

편의장치도 보강됐다. 정차를 하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계속 정지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오토홀드 기능은 편리했다. 특히 정차하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는 기능(ISG)과 함께 쓰면 시너지 효과가 높았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기본으로 들어가서 평범한 차에 약간의 프리미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고선명 전조등(HID)과 발광다이오드(LED) 타입 주간 주행등도 젊은층이 좋아하는 포인트다.

아우디에 들어 있던 ‘드라이빙 프로파일 실렉션’ 시스템도 도입돼 운전자의 입맛에 맞게 연비 혹은 운동성 우선으로 차의 움직임을 세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가죽시트는 기본 모델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죽시트에 앉으려면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스마트키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모델을 선택해야만 한다. 프리미엄 모델의 가격은 기본 모델보다 400만 원 높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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