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횡령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손꼽힌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26일 국내로 전격 송환되면서 27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초 대만 당국과 우리 정부는 추석 연휴 전에 김 씨를 소환하기로 일정조율을 마쳤지만 김 씨가 대만 현지 사업가로부터 고소를 당하자 송환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고소 사건 조사를 위해 김 씨 송환이 항소심 선고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대만 당국은 김 씨가 고소당한 것이 송환 지연을 위한 위장 고소라고 보고 조사를 조기에 종결한 뒤 송환한 것으로 보인다.
SK 측은 항소심 초기부터 김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도 김 씨의 역할 등을 고려해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김 씨가 대만에서 도피 중이라 법정에 세울 기회가 없었다. 항소심 막바지였던 7월 31일 김 씨가 대만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K 측은 재차 김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당장 내일 김 씨가 국내로 송환되더라도 증인으로 채택할 생각이 없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이미 김 씨와 최 회장 등의 전화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돼 충분히 김 씨의 의견을 심리에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6일 김 씨가 국내로 전격 송환되자 SK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김 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변론이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송환 사실을 접하고 변론재개 신청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미 최 회장의 혐의는 충분히 소명이 됐으므로 김 씨 증인 채택이 불필요하며 설령 그가 진술한다 해도 최 회장 등의 유죄 입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의 변론재개 결정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씨가 이번 사건 범행 공소사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보니 선고하기 전 직접 심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재판부는 26일 밤까지 재판 진행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재판 진행은 재판부 고유의 권한”이라며 “현재로선 어떤 입장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입국 직후 검찰에 신병이 인계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받게 된다. 김 씨에 대한 수사는 최 회장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가 하게 된다. 김 씨는 SK 수사가 진행될 무렵인 2011년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대만으로 갔으며 기소중지 상태였다. 검찰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