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30일 1100억 원가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오면서 ‘1차 고비’를 맞았다. 만기가 도래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9일 금융감독원과 동양그룹에 따르면 30일 만기가 돌아오는 동양그룹 회사채는 905억 원, CP는 195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6억 원에 대해서는 이미 회사채를 발행해 마련했고, 나머지 금액인 회사채 299억 원과 CP 195억 원 등 494억 원이 29일 현재 상환이 불투명한 상태다.
당초 동양그룹은 동양매직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동양매직 인수 협상을 벌였던 KTB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 27일 금감원에 사모펀드(PEF) 등록 신청 연기를 내 매각 절차에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KTB PE가 최근 제출한 등록 신청 서류에 대해 심사를 거의 마쳤는데 27일 갑자기 ‘투자자 규모와 투자 액수 등을 보완해야 하니 등록 신청을 미루겠다’고 연락해 왔다”고 밝혔다.
30일 KTB PE가 금감원에 PEF로 등록 신청을 완료하느냐에 따라 자금 마련에 물꼬가 트일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날 PE 측이 등록 신청만 하면 승인할 가능성이 높아 동양그룹이 바로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PE의 일부 투자자들이 동양매직 인수를 부담스러워해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다음 달에는 2차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CP 규모는 4800억 원가량이다. 11월에는 CP 약 3000억 원, 회사채 약 62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12월에는 CP 1200억 원, 회사채 700억 원이 만기가 될 예정이다. 연말까지 1조1100억 원에서 많게는 1조20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금감원은 추산하고 있다.
동양파워 매각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파워 매각과 관련해 동양그룹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제시하거나 추진하던 협상을 취소해 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금융권의 지원이나 협조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민간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동양증권의 CP, 회사채 판매 관련 피해 사례를 접수해 집단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25일 이후 접수된 피해 사례만 1200여 건”이라며 “동양 사태는 금융지식이 부족한 이들에게 불완전판매를 한 저축은행 후순위채 사태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에 위험하게 투자하는 개인들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의 회사채인 ‘동양256’의 가격은 종가 기준으로 23일 7300원에서 27일 8940원으로 22.5% 급등했다. ㈜동양 회사채에 투기성 자금이 몰린 것은 만기 때문이다. ‘동양256’의 만기는 30일로, 27일 기준으로 볼 때 만기가 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동양이 만기까지만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는다면 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개인들이 액면가(1만 원)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투자에 나선 것이다.
내년 4월이 만기인 ‘동양시멘트14’ 회사채 가격은 23일 6020원에서 27일 7003원으로 16.3% 올랐다. 잔존 만기가 3년 6개월인 ‘동양증권82’ 전환사채(CB) 가격도 같은 기간 7000원에서 7689원으로 9.8%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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