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이어 내수,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줄줄이 개선 움직임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던 경제지표들에 일제히 청신호가 켜지면서 한국 경제가 길었던 경기부진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원화 강세 등 악재들이 남아 있어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30일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1.8% 늘면서 지난해 11월(2.1%)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서비스업 생산은 여가업(3.7%), 교육업(2.0%) 생산이 늘면서 전달보다 0.7% 증가해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투자와 내수 핵심지표인 소비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8월 설비투자는 자동차와 운송장비 등의 증가세에 힘입어 전달보다 0.2% 증가했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4.6% 증가하면서 2012년 4월(2.8%) 이후 1년4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 소비는 백화점 등의 매출 증가로 전달보다 0.4% 증가했다.
향후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달보다 0.3포인트 오르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9월 제조업 업황 BSI는 75로 전달보다 2포인트 상승해 두 달 연속 개선되는 등 얼어붙었던 기업 경기심리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3대 경제지표인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상승세를 보이면서 경제 전반에도 서서히 활기가 도는 모습이다. 8월 신규 취업자가 11개월 만에 40만 명대로 올라서는 등 내수시장 회복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고 있고, 초저금리에도 예금으로 쏠리던 자금이 증시와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등 금융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분야를 제외하면 8월 광공업생산 개선이 여전히 미약한 데다 소비 역시 여름휴가 특수와 이른 추석효과에 힘입은 면이 크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실적 역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의 2분기(4∼6월) 매출액 대비 세전순이익률은 3.5%로 2011년 3분기(3.1%) 이후 가장 낮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수출 대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면서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있지만 긴 경기 부진으로 내수 비중이 큰 기업들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하반기에도 기업과 국민들이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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