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실상 그룹해체 수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동양그룹 3개社 법정관리 신청]
자금난 속 동양매직 매각 늦어져 타격
현재현 회장 자산 대부분 담보 잡혀… 개인파산 신청하는 첫 오너 될수도

동양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부진으로 모기업인 ㈜동양과 주력 계열사인 동양시멘트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다 재무구조 건전화를 위한 자산 매각이 지연되면서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을 맞게 됐다.

동양그룹은 당초 부실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시멘트 △화력발전 △금융부문 등을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폐열발전소, 레미콘 공장, 선박, 창고 등을 잇달아 처분해 왔다. 동양그룹은 동양매직을 포함해 기업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에너지 부문(동양파워) 지분도 포기하겠다고 밝혔지만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

특히 자산매각 타이밍을 놓치며 시장에 누적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점도 법정관리를 앞당긴 요인이다. 동양그룹은 동양매직 매각 작업이 한창이던 올해 7월 말 당시 교원그룹에서 KTB PE로 협상 대상을 변경했다. 하지만 KTB PE는 30일 동양매직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당시 KTB PE가 교원그룹보다 가격을 200억 원 높게 불러 협상 대상을 바꾼 것이 법정관리 신청으로 연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씁쓸해했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현재현 회장의 그룹 경영권 유지는 어려워졌다. 동양그룹의 지배구조는 현 회장→동양레저→㈜동양→동양시멘트→동양파워와 현 회장→동양레저→동양증권의 흐름으로 돼 있다. 현 회장이 지분 30%를 갖고 있는 동양레저는 ㈜동양의 지분 36.25%를 갖고 있어 그룹 경영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법정관리 신청으로 영향력을 잃게 됐다. 채무 변제 과정에서 현 회장 지분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자본잠식 상태여서 청산 가능성이 크다.

동양네트웍스 등에 대한 추가 법정관리가 이뤄질 경우 그룹 경영권은 사실상 현 경영진의 손을 벗어나게 된다. 현 회장은 보유 주식 등 자산 대부분이 금융 대출 담보로 잡혀 있는 상태다. 현 회장이 보유한 동양증권 주식 88만5600주(지분 0.71%)도 담보로 제공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 회장이 최초의 ‘개인파산’ 신청을 하는 오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동양#동양매직 매각#현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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