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럭시 기어’는 세계 6000여 명의 소비자에게 묻고 또 물어 만든
제품입니다. ‘갤럭시 노트’가 패블릿(5인치 이상 대형 스마트폰) 시장을 창출했듯 갤럭시 기어도 곧 새로운 시장을 열 것으로
확신합니다.” 2일 경기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 R5에서 만난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전략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로즈골드 색상의 갤럭시
기어를 손목에 차고 있었다. 그는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마케팅경영자(CMO)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할 정도로 바쁜 그이지만 이날은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어뒀다고 했다.
그는 “갤럭시 기어를 사용한 뒤로 비즈니스 매너를 지킬 수 있게 돼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갤럭시 기어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28일
출시한 첫 웨어러블(wearable·몸에 착용할 수 있는) 기기다. 소니 등의 기존 스마트워치와 달리 통화와 사진 촬영 기능
등이 있어 스마트폰 대용품으로 쓸 수 있다.》
이 부사장은 “갤럭시 기어에 대한 세상의 반응을 충분히 들으려 한다”고 했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제품을 처음 공개한 이후 그가 뉴욕과 파리, 밀라노를 오가며 패션위크마다 참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개인적 차이는 있었지만 실제 제품을 본 사람은 열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글로벌 패션업계를 좌우하는 패션피플들에게 갤럭시 기어를 보여주고 입소문을 냈다”며 “뉴욕에서 만난 힐턴호텔 상속녀 패리스 힐턴이나 가수 카니에 웨스트 같은 셀러브리티는 먼저 명함을 주며 갤럭시 기어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으는 이들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갤럭시 기어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 삼성전자는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부사장이 아직 시장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웨어러블 기기의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는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온 소비자 조사 결과 얻은 자신감 덕분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은 제품을 내놓기 전에 글로벌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한다.
이 부사장은 “2011년 ‘갤럭시 노트’를 처음 내놓았을 때도 ‘그렇게 커다란 스마트폰을 창피해서 어떻게 쓰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우리는 소비자 조사 결과를 믿었다”고 말했다.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MP3플레이어와 다이어리, 태블릿PC 등 평균 3.5개 제품을 들고 다니는 데 지쳐 있었고, 조금 크더라도 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기기를 원하는 것을 파악했다.
그는 “갤럭시 기어 역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만든 제품”이라며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신기한’ 제품이 아니라 ‘대중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 4분기(10∼12월)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성수기다. 최대 규모의 쇼핑이 이뤄지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11월 추수감사절 다음 날)가 있고 크리스마스 선물 시즌이기도 하다. 이 부사장은 “4분기에 업계 1위다운 마케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업계 1위다운 마케팅’이란 제품에 담은 철학과 신념을 소비자에게도 전달하는 것이다. 삼성이 갤럭시 기어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당신의 삶을 디자인하라(design your life)’, 즉 갤럭시 기어를 통해 자신의 영감(靈感)을 끄집어내라는 의미다.
이를 돕기 위해 연말에는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와 손잡고 다양한 협업을 한다. 이 부사장은 “메시가 유명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메시재단’을 만들어 낙후 지역에 축구장을 건립하는 등 자선활동을 해온 점에 주목했다”며 “메시와 함께 ‘여러분도 다양한 삶의 영감을 찾아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시가 유니폼 대신 정장을 입고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 기어를 이용해 자선활동을 하는 모습을 담은 다양한 영상을 15일부터 세계 각국에서 선보인다.
이 부사장은 “소비자라는 단어가 적절한지도 고민하고 있다”며 “단순히 삼성 제품을 사는 사람이 아닌, 삼성과 영감을 주고받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표현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의 진정성 있는 마케팅에 대한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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