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즈니스호텔의 비밀… “객실마다 주인 따로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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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제주 덕에… 한달만에 ‘완판’도

본보기집 서울 강남까지 진출 서울 서초구 강남역 앞에 마련된 ‘라마다서귀포호텔’의 본보기집 모습. 이 호텔은 8월 말 분양을 시작해 한 달 만에 ‘완판’이 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본보기집 서울 강남까지 진출 서울 서초구 강남역 앞에 마련된 ‘라마다서귀포호텔’의 본보기집 모습. 이 호텔은 8월 말 분양을 시작해 한 달 만에 ‘완판’이 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 사업가 김진석 씨(48·서울 서초구)는 최근 제주 서귀포시의 비즈니스호텔 객실을 약 1억6000만 원에 분양 받았다. 제주에서 순수 호텔로는 처음으로 분양에 나선 ‘라마다서귀포호텔’이다. 김 씨는 “금리는 낮고 주식시장도 안 좋다 보니 노후 대비를 위해 임대수익형 부동산을 알아봤다”며 “관광객이 늘고 있는 제주 호텔이 끌렸다”고 말했다. 2015년 호텔이 개장하면 김 씨는 첫해 연 11%의 확정수익을 받고 이후 호텔 운영에 따른 수익을 지급받는다.

#2. 5월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에서 오픈한 ‘제주오션팰리스호텔’은 올여름 빈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달에도 257실 규모의 객실은 80% 이상 꽉 찬다. 이곳은 2011년 말 오피스텔로 허가 받아 분양했다가 일반숙박업으로 용도를 변경해 호텔로 문을 열었다. 최철 대표는 “1억 원을 투자한 계약자가 5월부터 월 87만 원 정도의 수익을 가져간다”며 “새 호텔인 데다 숙박료가 특급호텔의 70∼80% 수준이어서 관광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 10월에만 제주 호텔 네 곳 분양 나서

관광천국 제주의 비즈니스호텔이 ‘분양시대’를 열며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틈새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 호텔들은 현지가 아닌 서울 강남에 본보기집을 열고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8월 말 서울 서초구 강남역 앞에 본보기집을 열고 분양에 나선 라마다서귀포호텔은 한 달여 만에 객실 243개가 모두 팔렸다. 세계적 호텔체인인 라마다의 예약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라마다 운영자문을 받는 게 특징. 시행을 맡은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계약자의 50%가 서울 거주자였고 경기지역이 20%였다”며 “직원들이 대구 부산까지 가서 계약해올 정도로 전국적으로 호텔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는 제주 비즈니스호텔 네 곳이 잇달아 분양에 나선다.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맞은편에 들어서는 ‘G호텔’은 10월 말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 본보기집을 열고 240실을 내놓는다. 위탁계약을 한 대기업 계열의 특1급호텔이 직접 운영하는 게 눈길을 끈다. 서귀포시 서귀동의 ‘엠스테이호텔’도 이달 중 강남구 매봉역 인근에 본보기집을 열고 330실을 분양한다. 서귀포 혁신도시 ‘J호텔’, 제주시 조천읍 ‘C호텔’도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 호텔들은 대부분 분양가가 1억∼2억 원대로 위탁계약을 한 호텔 운영 전문업체가 운영을 맡아 해준다. 운영 첫해 투자자에게 연 10∼12%의 확정수익을 지급하고 이후 호텔 운영에 따른 수익을 돌려주는 방식을 쓴다.

○ “호텔 운영업체, 입지 따져봐야”

지난해부터 공중위생법관리법 개정을 통해 업무시설인 오피스텔도 일정요건만 갖추면 숙박업이 가능해지면서 오피스텔로 허가받은 뒤 호텔로 전환하는 곳도 늘고 있다.

‘제주오션팰리스호텔’에 이어 10월 말 ‘디아일랜드블루’가 호텔 개장을 앞두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의 ‘디아일랜드마리나’, 제주 도련1동 ‘제주아빌로스’ 등도 오피스텔에서 호텔로 전환해 분양에 성공했다.

제주 호텔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숙박시설이 부족하기 때문. 2009년 이후 제주 방문 관광객은 매년 10% 이상 늘었다. 올 들어 9월까지 이미 822만 명을 넘어 처음으로 연간 1000만 명 돌파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농어촌 민박시설을 제외한 호텔 콘도 펜션 같은 숙박시설은 2009년 말 2만4300실에서 올 6월 말 2만8600실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주도 관계자는 “유럽은 숙박률 60% 선을 적정 수준으로 보는데 올여름 도내 호텔 객실 가동률은 85%를 넘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말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은 190만여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 이상 늘었고 이 중 중국인은 152만여 명으로 80% 급증했다. 김학권 대표는 “특급호텔보다 싼 10만 원대 중간급 호텔을 중국인이나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데 제주에 거의 없다”며 “비즈니스호텔 객실 가동률 70%만 넘기면 연 8%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G호텔 분양 대행을 맡은 계동욱 서반플래닝 대표는 “투자자들이 안정적 수익을 보장받으려면 호텔을 운영하는 곳이 어디인지, 신뢰성과 전문성을 갖췄는지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제주도#비즈니스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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