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역 거액자산가 총자산 규모… 2015년엔 북미 제치고 1위 오를듯
홍콩-싱가포르 PB센터 확충 경쟁… 유럽은행들 아시아 인력 2배 늘려
어려운 시장 환경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트레이딩, 투자은행(IB) 등의 사업을 축소하고 인력도 크게 줄이고 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아시아의 프라이빗뱅킹(PB) 비즈니스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PB 비즈니스의 본고장인 스위스 소재 줄리어스베어 금융그룹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IB) 메릴린치의 해외자산관리사업부를 인수한 뒤 아시아를 ‘제2의 국내시장’이라고 강조하면서 향후 3년간 아시아 인력을 2배로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은행인 BNP파리바는 앞으로 3년간 약 200명의 아시아 프라이빗뱅커를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영국 국영은행 RBS 계열사인 프라이빗뱅크 쿠츠 역시 2, 3년 내 아시아 고객 응대 직원을 2배로 늘릴 예정이다.
김종선 KDB대우증권 해외사업본부장 상무유럽 PB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었던 중국은행(BOC)도 2008년에 설립한 스위스 PB센터를 작년 줄리어스베어에 매각하고, 홍콩과 마카오 등에서의 PB센터 확충에 힘쓰고 있다. 중국 본토 부유층들의 홍콩 마카오 등지로의 이민 수요가 높은 점, 홍콩의 위안화 금융허브 지위 강화, 아시아 PB 시장 고성장 전망 등을 고려한 사업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RBC) 웰스매니지먼트’와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캡재미니’가 공동 작성한 ‘세계 부 리포트(World Wealth Report) 2013’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거액 자산가(투자자산 미화 100만 달러 이상)들의 총 자산규모는 2015년에는 15조9000억 달러(약 1경7172조 원)에 이르러 현재 1위인 북미 지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는 2012년 말 기준 홍콩 거액 자산가의 총 자산규모는 5600억 달러(604조8000억 원)를 기록해 싱가포르의 4890억 달러(528조1200억 원)를 추월했다고도 나와 있다. 2011년에는 싱가포르의 거액 자산가의 총 자산규모가 홍콩보다 많았다.
시장조사기관 ‘웰스 인사이트’는 세계에서 가구당 백만장자(금융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사람) 비율이 가장 높은 싱가포르 PB 시장이 2020년에는 스위스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콩 PB 시장 또한 중국 금융시장 개방 추세 및 위안화 국제화 추진 등으로 싱가포르 못지않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개인투자자에게 해외 금융자산 투자를 허가하는 적격국내개인투자자(QDII 2)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중국인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홍콩 금융시장이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홍콩이 중국 투자나 진출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허브 역할을 했다면, 향후에는 중국 거액 자산가들의 해외 투자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PB시장 또한 저금리, 노령화,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2012년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 100만 달러 이상 거액 자산가 수는 16만 명(세계 12위)에 이르며 전년 대비 11%나 상승하는 기세를 보였다.
그동안 은행, 증권, 보험 등 국내 금융기관들도 PB 시장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설정하고 전문인력 육성, 인프라 투자, 상품 다양화 및 서비스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차별화된 한국형 PB 수익 모델의 정착과 발전을 위해서는 선진화된 홍콩·싱가포르 PB 시장 및 글로벌 PB들의 사업전략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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