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타결 불가능한 협상? 공통관심사에서 시작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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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미국의 적자 감축 협상은 유난히 험난했다. 가장 큰 이유는 협상의 양 주체인 공화당과 민주당이 처음부터 극단적인 입장을 고수한 데 있었다. 공화당은 미국 최고 부유층에게도 증세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반복해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 대신 막대한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대로 민주당은 최고 부유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하며 대규모 지출 삭감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애초에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내세운 탓에 양측 간 거리는 좀처럼 좁히기 힘들어 보였다.

이런 유형의 입장 흥정은 협상 진행을 어렵게 만든다. 한편이 완전히 이기고 상대방은 완패하는 구도다. 공화당과 민주당 역시 이런 구도에 빠지면서 양쪽 모두에 이익이 되는 협상안을 도출하기 위한 협력에 실패했다. 결국 협상은 최종 기한을 코앞에 둘 때까지 제자리에 머물렀다. 2012년이 끝날 때까지 미 의회와 백악관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새로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협상이 답보에 빠지는 일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를 적으로 보는 대신 양측이 공유하는 문제를 먼저 생각하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하면 좋을지 고민하라.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자 내세우는 방법이 달랐을 뿐 연방 적자 규모가 줄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에 집중했더라면 금방 손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에 쫓기듯 막판까지 협상하는 일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극단적인 쟁점을 내세워 갈등의 골을 깊게 하기보다는 공통의 관심사에서 출발해 양측 모두에 이로운 창의적 해결책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38호에 실린 하버드대 로스쿨의 ‘Negotiation Letter’를 요약한 것입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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