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손실 코레일, 585명 특별승진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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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1조 늘었는데 “경영개선 기여”
“선심성 승진인사 막을 대책 필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지난해 2조8000억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내고도 58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을 특별 승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 승진은 근무연수에 따라 승진하는 근속 승진이나 시험을 통해 승진자를 결정하는 일반 승진과 달리 특별한 공적이 있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제도다. 경영 부실과 철도사고 등으로 ‘부실철’ ‘사고철’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편법적으로 대규모 ‘승진 잔치’를 벌인 셈이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재철 의원(새누리당)이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은 585명을 특별 승진시켰다. 이 같은 특별 승진 규모는 전년(17명)의 34배가 넘는다.

급수별로는 주임급인 6급 승진자가 286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차장급인 3급(157명), 과장급인 4급(91명) 등의 순이다. 코레일 측은 “노사 합의에 따라 비정규직인 별정직을 6급으로 승진시켜주다 보니 특별 승진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특별 승진자는 6급 승진자를 제외하고도 299명에 달한다.

코레일 규정에 따르면 경영개선에 기여했거나 열차 사고를 예방하는 등 공적이 있을 때 특별 승진 대상이 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경영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승진한 직원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레일이 지난해 2조873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는 점에서 대규모 직원이 경영개선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특별 승진을 했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말 현재 코레일의 부채 규모도 14조3208억 원으로 사상 최대에 이르렀다.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특별 승진은 통상 순직자 등 매년 한두 명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실시된다”며 “500명이 넘게 특별 승진을 했다면 인사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특별 승진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점도 제도적 허점으로 꼽힌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재량권을 주는 차원에서 승진자 수까지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지난해 부채가 1조 원 가까이 늘어난 공기업이 승진잔치를 벌였다는 것은 방만경영이 극에 달했다는 사례”라며 “공기업 사장의 ‘선심성 승진’을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코레일#특별승진#한국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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