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강국]셰일가스 개발, 절전혁명… 생산·관리 동시 금메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13일 개최 대구WEC 계기로 본 한국기업 에너지위상

1971년 3월 19일 부산 기장군에서는 한국의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 기공식이 열렸다. 기공식에서 직접 첫 삽을 뜬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 경제 발전에 전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여러분의 부엌과 안방 온돌에도 전기가 들어가 문화 혜택을 골고루 받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중공업 입국(立國)을 꿈꿨던 당시 한국의 가장 큰 난관은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이었다. 본격적인 경제성장기를 앞둔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은 산유국과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에 비위를 맞춰야 했던 에너지 변방국에 불과했다.

하지만 40여 년이 흐른 지금,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세계 에너지 지도에 한쪽을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졌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막강한 경제규모와 최첨단을 달리는 에너지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에너지 권력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13일부터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WEC) 유치는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에너지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에너지 분야의 세계 최대 행사인 에너지총회가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일본, 인도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세계 시장에서 에너지 영토를 넓히는 첨병은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다. 이들은 셰일가스 발굴과 신(新)재생 에너지 개발,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기술 등을 무기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래 에너지원 통해 신성장 동력 확보


최근 세계 에너지 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땅속 깊은 곳에서 석유나 가스를 채굴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비(非)전통 석유가스 개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비전통 석유가스란 암석이나 진흙, 모래 등의 틈에 녹아있는 석유와 가스로 오일샌드와 셰일가스 등이 대표적이다.

셰일가스는 1800년대 이미 발견됐지만 경제성 때문에 외면 받았다. 하지만 최근 ‘수평시추·수압파쇄법’ 등의 기술개발로 본격적인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암석 내에 광범위하게 스며 있는 가스를 경제적으로 채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대표적인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셰일가스 개발사업에 참여해 신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지도를 송두리째 뒤바꿀 것으로 평가되는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서는 암석층에 숨겨져 있는 셰일가스를 추출해낼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석유공사는 미국의 대표적 석유회사인 ‘아나다코’사와의 합작투자를 통해 셰일가스 ‘노다지’로 꼽히는 북미 지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물론이고 관련 기술 확보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생산 광구의 지분 23.67%를 인수해 이곳에 매장된 총 717만 배럴의 셰일가스 중 170만 배럴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역시 미국 에너지 유통업체와 셰일가스 수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셰일가스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에너지 절감형 산업혁명

최근 세계 각국은 에너지 개발만큼 에너지 절감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에너지를 대거 투입해 상품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에너지절감형 산업혁명’이 서서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현재 에너지 절감 분야에서 앞서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 회원국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데 공감하면서 역내 기업들이 2014∼2020년에 매년 전체 매출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에너지 절약 설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세계 에너지 시장 판도를 재편하게 될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절감형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불러오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을 말한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빌딩이나 가정의 전력 사용량을 계측해 전력 공급자에게 전달하면서 소비자가 전력 사용 명세, 요금 등 각종 정보를 제공받아 전력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지능형전력계량인프라(AMI)와 전력소비가 적은 시간대에 생산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저장장치(ESS) 보급이 필수다. 한전은 AMI 전담반을 구성해 보급사업에 나서고 있으며 ESS 사업화도 추진하고 있다. 또 SK이노베이션 등 에너지 민간 기업들 역시 2차전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ESS 사업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도 박차

미래 에너지원으로 부각되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에도 국내 기업들은 활발하게 뛰어들고 있다. 화석에너지 중심의 현 에너지 체계를 당장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고갈될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풍력과 태양광, 수력, 바이오매스, 지열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태양은 풍력에 이어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대기업과 대형발전사, 지자체까지 미래성장산업으로 태양광발전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태양광 발전 기술의 에너지 변환효율이 낮아 상용화에 무리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에너지 변환효율이 높은 박막태양전지 등이 개발되면서 태양광 발전에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에 따라 GS칼텍스 등은 박막태양전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유럽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풍력 발전 분야에서는 두산중공업이 3MW급 해상풍력 시스템 개발에 성공해 원전기술과 해상풍력 시공 역량을 증명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3MW 이상의 해상 풍력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전 실적을 보유한 업체는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 지멘스 등에 불과하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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