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I 지속가능성지수 1위 기업/특별 기고]어려울수록 사회적 책임 활동의 가치 빛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6일 03시 00분


정 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 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가을의 풍요로움을 나누는 추석이 지났지만 이번 추석은 그 풍요함을 느끼기에는 어려운 명절이었던 것 같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인하여 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나눔과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때였지만, 기업들의 행보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던 지난해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일례로 동반성장을 내세우며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들이 전통시장 상품권의 구입을 늘렸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추석을 맞이하여 구입한 대기업들의 전통시장 상품권은 작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행보는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절감 노력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 보이며,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 기업은 어떻게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계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불황기에 기업은 어떻게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불황을 잘 이겨낸 기업들의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비용 절감을 통해서 불황기의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대표적인 예가 신제품 출시의 연기 및 광고비 등의 비용 절감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의 사례에서 무조건적인 비용 절감 위주의 전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텔의 경우이다. 인텔은 1980년대 불황기에 D램 부분의 투자를 축소한 결과 한국과 일본 업체에 D램 시장을 완전히 넘겨주고 말았다. 이를 교훈 삼아 1990년대 불황기에는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설비와 장비 투자를 확대하고 ‘인텔 인사이드’ 라는 마케팅 켐페인을 병행하여 지금까지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또한 2009년 경제위기 직후에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되었다.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차를 구매한 고객이 12개월 안에 실직 또는 소득 감소 상황에 직면할 경우 회사가 차량을 되사주는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기업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고객과 그 어려움을 같이하려 했다는 점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장기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영업활동과 연계된 사회적 책임 활동 영역에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경쟁적 우위점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좋은 시기임을 알려주고 있다.

한국표준협회는 지속가능성지수(KSI)를 개발하여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지수화해 비교평가하는 시스템을 5년째 제공해 주고 있다. 지속가능성지수는 기업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지속가능 트렌드에 얼마나 전략적으로 대응하는지와 함께 기업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 요구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는지를 평가하는 것을 기본 모델로 하고 있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 결과 측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수를 측정해온 이후 올해 처음으로 지수가 전년 대비 하락하였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과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기업들에는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이러한 평가가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평가 기준으로 자리매김하여 국내기업이 전략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 활동을 확산해 나가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정 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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