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한류 농산물로 中-日 시장 공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6일 03시 00분


지난달 27일 경기 안성시 미양면 강덕리에서 문을 연 농협 안성농식품물류센터. 농협중앙회는 15일 이 센터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친환경 농산물을 수출하는 중심지로 육성키로 했다. 농협중앙회 제공
지난달 27일 경기 안성시 미양면 강덕리에서 문을 연 농협 안성농식품물류센터. 농협중앙회는 15일 이 센터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친환경 농산물을 수출하는 중심지로 육성키로 했다. 농협중앙회 제공
“스고이네(훌륭해요)!”

15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2가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신선식품 코너. 관광객으로 보이는 일본인들이 유기농 상추 진열대 앞에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상추를 이리저리 보며 고르는 이들 맞은편에선 중국인들이 새송이버섯 봉지 여러 개를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평소 이 점포는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과자나 김 이외에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것 중 하나는 우리 농산물이다. 백승호 롯데마트 서울역점 신선식품 담당자는 “채소나 과일을 사 가는 고객 중 약 20%가 외국인”이라며 “앞으로 중국어와 일본어 안내판을 만들거나 외국어가 가능한 담당자를 선발하는 등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K-Agri(한류 농산물)’ 시대를 꿈꾸다

한국산 농산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관광객뿐만이 아니다. 우리 농산물의 수출액은 최근 들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신선식품 수출액은 88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293억 원)에 비해 7.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공식품 수출액은 1.5% 줄어들었다. 지난해 전체 신선식품 수출액(1조1520억 원)도 2011년(1조837억 원)보다 6.3% 증가했다. 우리 농산물을 수입한 나라는 금액 기준으로 일본, 중국, 미국 순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국내산 신선식품을 이른바 ‘K-Agri(Korea-Agricultural products·한류 농산물)’로 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기 안성시 미양면 강덕리에 문을 연 농협 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대표적인 농산물 수출 전진기지다.

농협중앙회는 15일 이 센터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친환경 농산물을 수출하는 중심지로 육성키로 하고 센터 안에 수출 전담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방사능 유출로 인해 안전하고 신선한 채소를 찾는 일본인과,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소포장으로 우리 농산물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다음 달 중국과 일본, 홍콩의 대형 유통업체 10개를 국내에 초청해 우리 농산물 수출에 대한 현장 상담회도 연다.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 현지에 국내 친환경 농산물을 소개하는 안테나숍(물건 판매보다 시장조사나 수요조사, 홍보 등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점포)도 세울 계획이다.

농협 안성농식품물류센터의 외부 모습(위쪽)과 서울 중구 봉래동2가 롯데마트 서울역점 신선식품 코너. 각 업체 제공
농협 안성농식품물류센터의 외부 모습(위쪽)과 서울 중구 봉래동2가 롯데마트 서울역점 신선식품 코너. 각 업체 제공
○ 수출 전진기지 꿈꾸는 물류창고

5만9504m²(약 1만8000평) 규모의 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물류시설(1층)과 상품화 및 가공 시설(2층), 저장 시설(3층)로 구성된 ‘복합 물류 창고’다. 본래 목적은 농민과 산지도매상, 경매시장, 도소매상 등 5∼7단계를 거치는 유통 과정을 줄여 농산물을 싼값에 대형 마트나 소매점에 공급하는 것이다. 농산물을 요리하거나 먹기 편한 상태로 가공해 급식이나 군납용으로 포장 판매하는 ‘전(前)처리’ 사업도 센터 건립의 주요 목적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센터 설립을 준비하는 중에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 그 계기는 최근 농협중앙회를 방문한 일본 농식품 구매단의 반응을 본 것이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의 채소, 과일에 대한 일본 공동 구매단원들의 신뢰도가 높은 것을 보고 국내 농산물도 새로운 한류 상품이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다만 신선식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아 이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안영철 농협중앙회 농산물도매분사장은 “지금은 유통기한이 비교적 긴 편인 파프리카 같은 채소 위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유통기한이 짧은 품목은 포장 기술을 연구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센터는 양파와 감자 등을 작은 단위로 포장해 대형 마트가 아닌 편의점에서 팔 수 있도록 하는 ‘소포장’ 센터도 마련했다. 1인 가구나 싱글족 등의 증가로 평균 가족 규모가 작아진 최근 사회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2020년까지 안성농식품물류센터(2조 원)와 영남·호남·강원·제주 등 지방에 들어설 물류센터에서 연간 3조 원어치의 농산물을 취급할 예정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한류 농산물#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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