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이름 버리기로 마음먹었지만…
회사 대표 이미지로 공들여왔던 수호천사 - 엔젤, 일반명사라 못써
수백억 비용 부담도 걸림돌로 작용
최근 보험업계에는 동양생명이 사명을 ‘엔젤생명’으로 바꿀 거란 소문이 돌았습니다. 일부 언론은 확정된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죠.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천사를 뜻하는 ‘엔젤’은 일반명사로 쓰이므로 특정 회사의 이름으로 등록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엔젤생명이 아니라도 동양생명은 현재 사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동양이란 이름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 보험 계약자들의 이탈을 더이상 보고 있을 순 없기에 ‘동양’을 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실제 동양생명 지분은 동양그룹 계열사 가운데 증권만 3%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동양생명 이사회 인원 중 3분의 2를 선임하는 데 동양그룹이 관여할 수 있습니다. 동양그룹이 보고펀드에 동양생명을 팔 때 그런 협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동양생명은 동양그룹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돼 왔습니다. 동양생명은 동양그룹과의 관계를 끊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 분리도 신청했습니다.
동양생명이 엔젤생명이란 이름을 고려한 것은 오랫동안 ‘수호천사’를 회사의 대표 이미지로 써왔기 때문입니다. 홈페이지 주소도 ‘myangel(나의 천사)’입니다. 하지만 ‘수호천사생명’ ‘천사생명’도 엔젤생명과 같은 이유로 쓸 수 없습니다.
‘든든’처럼 보험을 연상시키는 말들은 교보생명의 ‘평생든든서비스’처럼 상품과 서비스 이름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회사 이름으로는 곤란합니다. 1년 전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바꾼 대한생명은 대주주 기업의 이름을 그대로 붙였습니다. 하지만 동양생명의 대주주는 사모투자 회사인 ‘보고펀드’라 이 이름을 따오기도 어렵습니다.
사명 변경을 하려는 동양생명에 보고펀드가 대주주인 건 이래저래 부담입니다. 동양생명은 투자 전문회사인 보고펀드가 언젠가 동양생명을 다른 금융회사나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경우도 생각해야 합니다. 사명 변경은 비용이 수백억 원 드는 작업. 만약 사명 변경 후 얼마 안 가 또 이름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비용도 문제이거니와 브랜드 가치 하락도 불가피합니다. 동양그룹 사태의 불똥은 그야말로 여기저기 튀고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