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 경제학’ 창시자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대표
“디지털 제조기기로 3차 산업혁명 기업은 개인 제조자 지원하는 역할”
웹이 막 보편화되던 1995년 일부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누구나 인터넷으로 책을 쓸 수 있는 ‘1인 1북(book)’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만 해도 실현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는 회의적 반응이 많았지만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온라인을 통해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롱테일(LongTail) 경제학’의 창시자인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대표는 최근 신간 ‘메이커스(Makers)’에서 디지털 제조기기가 이끄는 ‘3차 산업혁명’을 거치고 나면 누구나 디자이너나 제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3차원(3D) 프린터와 컴퓨터설계(CAD) 프로그램 등 디지털 제조 기술과 기기가 보편화된 덕분이다.
앤더슨 대표는 16일 인터뷰에서 “이제 소비자들은 필요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서 쓰게 될 것”이라며 “자연스레 창의력을 앞세운 1인 기업이 늘어날 것이고 결국 이들이 세상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삼성전자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연 ‘삼성 메모리 솔루션 포럼 2013’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나의 다섯 살짜리 막내아들도 3D 프린터를 장난감처럼 능숙하게 다룬다. 이 아이가 성인이 되면 대학에서 디지털 디자인을 전공한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래의 소비자는 다양한 기기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니즈가 생기면 누군가 이를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셀프 제조’에 나선다는 것이다.
앤더슨 대표는 경제 주체의 변화에 따라 삼성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역할 역시 변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이 내놓는 새로운 기술과 기기는 개인 디자이너 및 제조자들을 자극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의 기술 혁신이 1인 기업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자 엔진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3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업들은 사회와 협력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은 스타트업이나 소비자, 나아가 경쟁사와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더 큰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나 일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자들에게 기회를 주었듯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더 큰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 메모리 솔루션 포럼은 IT를 통한 에너지 절감을 주제로 2010년 시작된 ‘삼성 CIO 포럼’의 규모를 확대한 행사다. ‘새로운 메모리 시대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의 공간 부족 및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5세대 그린 메모리 솔루션’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의 기존 서버가 5세대 그린 메모리 솔루션으로 교체되면 매년 45TW(테라와트·1TW는 1조 W)를 절감하게 되며 이는 10년생 나무 8억 그루를 심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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