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세 환급-쌀수매가 인상 등… 경제 재건 정책들이 부작용 낳고
수출부진 겹쳐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
최근 국가 인프라 건설 속도내고… 관광업 큰폭 성장-수출 증가세 돌아서
새 정부의 공약과 대홍수로 타격을 입은 태국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추진했던 정책들이 오히려 경제에 부담이 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목되는 쌀 수매가 인상은 재정악화는 물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은 쌀 수매 정책으로 인한 손실이 최근 2년간 4000억 밧(약 14조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태국 정부는 손실규모가 최대 1000억 밧(약 3조5000억 원)을 넘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이로 인해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매가는 시장 가격보다 40%가량 더 비싸 시장가격 왜곡과 수출 감소까지 불러일으켰다. 최대 수혜자여야 하는 농민들조차 정책 집행의 불투명성으로 실질적 혜택이 크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할 정도다.
김태희 KTB투자증권 태국법인(KTBST) 대표대홍수로 타격을 입은 자동차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자동차를 사면 세금을 환급해 주는 정책도 부작용을 낳고 있다. 2011년 하반기에 시작된 이 정책은 태국 경제의 최대 후원자인 일본 자동차업체가 태국에 남아 투자를 늘리도록 지원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이로 인해 태국 자동차 생산과 소비는 급증했다. 자동차기업을 포함한 일본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태국 경제 활성화에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 태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2012년 140만 대로 전년대비 80.9%가 늘어나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높은 생산량 증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세금환급정책이 종료되자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재고가 늘어나게 됐다. 자동차 회사들이 장기 무이자 할부 판매를 도입하며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판매량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자동차 구입에 따른 대출 증가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리스회사와 같은 대출업체들의 자산 부실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방콕은 이미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은데 차량이 급격히 늘면서 도로교통 사정은 더 악화됐다.
태국 중앙은행(BOT)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태국 경제는 1, 2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했다.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태국의 수출 증가율은 연초 7% 이상으로 예상했지만 기대가 무색하게 상반기에 1.2%에 그쳤다. 연간 전망치도 2% 수준으로 내려갔다. 중국, 유럽 등 해외 수요가 줄어들면서 타격을 입었다. 질병으로 인해 새우를 비롯한 수산물 수출이 줄어들고 쌀로 대표되는 농산물 수출도 감소했다. 내수 둔화도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가계부채에서 비롯됐다. 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63%에서 2012년 77%로 급증했고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집행이 지연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우선협상 대상자인 태국 수자원관리 프로젝트는 정치권에 발이 묶여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태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고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태국 내 외국인 투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일본의 태국 투자확대는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있던 2조 밧(약 70조 원) 규모의 국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는 국회가 정부부채한도 증액을 승인하면서 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에 태국 잉락 친나왓 총리는 고속철도, 심해항, 산업단지, 고속도로 개발 등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각국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사업 진행이 속도를 내고 이로 인해 경기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서 수출이 늘어나고 관광업은 큰 폭으로 성장하는 등 태국 경제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 양적완화 축소와 같은 외부 변수가 남아 있고 태국 내에도 경제·사회문제가 있지만 태국 경기는 4분기부터 차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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