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5개 계열사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이 시장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해 개인투자자 피해가 더 커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양그룹이 계열 증권사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부실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마구잡이로 판매하는 걸 알면서도 금융당국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당국의 감독 소홀을 틈타 동양그룹은 구조조정 대신 부실 채권으로 연명했고, 그 피해는 5만여 명의 개인투자자가 짊어지게 됐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지난해 2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에 대한 불완전 판매 혐의와 투자자들이 소송을 할 가능성에 대해 보고받고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예보는 동양증권이 판매하는 동양그룹 채권 물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금감원에 권고했지만 금감원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2008년 이후 동양증권을 3차례 검사해 불완전 판매 사실을 적발하면서도 그때마다 기관 경고 혹은 과태료 부과 등의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
금융위는 증권사가 계열사 지원 목적으로 주식, 채권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규제 완화 차원에서 2008년 없앴다. 또 올해 4월에는 증권사가 투자부적격 등급의 계열사 증권에 대한 투자를 고객에게 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면서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동양증권은 이를 악용해 부실 계열사 채권을 대거 사들이거나 개인투자자에게도 팔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걸 통감한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부실 채권 판매에 대해선 “모든 것의 총체적 책임은 제가 지겠지만 일선 (증권사) 창구에서의 내용은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파산3·4·6부는 이날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고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법원은 이들 회사에 대해 회생계획 인가, 채무 조정 등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는 ‘패스트 트랙’ 방식으로 회생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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