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세계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일 내놓은 ‘201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2011년 4.5%에서 지난해 4.1%로 0.4%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1000원어치를 팔아 영업이익으로 41원을 남겼다는 뜻으로, 2002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4.6%)보다도 악화된 것이다.
한은의 이번 분석은 결산일이 6∼12월인 46만4425개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10만6228개 제조업과 11만7696개 도·소매업 등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국내 영리법인을 전수 조사했다.
기업의 성장성도 한 해 사이에 큰 폭으로 위축됐다.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1년 12.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1%로 뚝 떨어졌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 13.6%에서 4.2%로 증가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스마트폰, 반도체 등 전기전자업만 매출액 증가율이 4.5%에서 9.4%로 상승했고 금속, 조선업의 경우 오히려 매출액이 줄었다. 내수 부진의 여파로 도·소매업의 경우 15.1%에서 4.2%로 매출액 증가율이 크게 축소됐다.
대기업의 경영 실적도 하향 평준화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4.7%로 2011년(5.3%)보다 낮아졌다. 중소기업은 3.1%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매출액 증가율에선 중소기업(5.3%)이 대기업(5.0%)을 웃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경제 부진 여파로 수출형 대기업의 성장성,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경제 불확실성으로 자금을 곳간에 쌓아두면서 안정성 지표는 다소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152.7%에서 147.6%로, 차입금 의존도는 32.2%에서 31.9%로 낮아졌다. 투자가 위축되면서 은행 빚도 같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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