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시간대 교통 정체가 다시 시작되는 것을 보면서 뉴욕에 가을이 온 것을 실감한다. 휴가로 8월 동안 너무나 한가했던 도로는 9월이 되면서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정체가 심해져 갔다. 교통정체로 조지워싱턴대교에서 한참을 서 있노라면 ‘큰 강에 겨우 다리 2개? 다리 좀 몇 개 더 만들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최근 정부폐쇄(셧다운) 논란을 떠올리며 예산 문제로 그렇게 못한다는 깨달음이 새삼 온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시장 일각에서는 연방정부 폐쇄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마저도 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정치권의 협상이 지속됐고, 시장은 매일매일 요동쳤다. 결국 내년 1월 15일까지 정부 재정지출을 위한 임시 예산안을 처리하고 2월 7일까지는 국가채무한도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기로 여야가 합의하며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통과된 ‘오바마케어(국민건강보험개혁법)’ 시행에 필요한 자금공급 문제에서 비롯됐다. 오바마케어를 중단하려는 공화당과 시행하려는 민주당의 정면대결이었다.
정치권의 견해차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예산 집행이 중단되면 국채 이자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해 보더라도 그 파장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미 국채 금리는 치솟을 것이고 증시는 폭락할 것이다. 투자와 소비는 위축될 것이다. 물론 가장 극단적인 경우를 상상한 것이다.
부부가 자녀 교육비 지출로 인해 싸움을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한쪽은 벌어들이는 수입이 적으니 기존 교육비를 줄이자고 하고, 다른 한쪽은 대출을 받더라도 교육은 계속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부부는 합의하게 된다. 등록비 납부 기간을 넘기면 자녀교육이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재정정책 관련 예산안은 신속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지 해결하지 못할 사안은 아니다.
결국은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고, 소비와 투자 감소 등 민간경제 위축을 감수해야 했다.
11월은 미국 동부 일대에 매년 허리케인이 오는 시기다. 뉴저지 일대는 큰 나무들이 우거져 있지만 뿌리가 매우 얕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잘 쓰러진다. 설상가상으로 큰 나무가 쓰러지면서 집을 덮치기도 하고 전깃줄을 끊어 버린다. 이 때문에 전기가 끊기고 난방을 못하는 피해가 속출한다. 더 큰 문제는 복구다. 한국은 전기가 끊어져도 몇 시간 내에 복구되지만 미국 동부는 오래된 전봇대가 많아서인지 복구에 오랜 시일이 걸린다.
지난해 발생한 위력적인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피해는 너무나 커서 아직까지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다. 뉴저지 주정부는 연방 재난복구기금 예산 6000만 달러를 활용해 샌디로 인한 피해와 미래에 발생할 피해를 복구하는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결국 돈(예산)과 타이밍이다.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돈을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새삼스레 예산 관련 정쟁을 생각하게 된 것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닐 때 발생하는 정쟁은 합리적이지 않은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 논란은 예상대로 양당 간 합의로 해결됐지만 이로 인해 충격을 받았던 시장이나 민간경제, 특히 일반 서민경제의 여건을 생각해 볼 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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