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달 중순 안모 씨는 평소대로 A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계좌번호, 보안카드 번호, 이체 및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했고 모든 이체 과정은 정상적으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이 입력한 입금 계좌가 아닌 엉뚱한 사람의 계좌로, 보내려던 금액이 아닌 199만 원이 이체돼 있었다.
#2 전모 씨는 자신의 컴퓨터에서 한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자 보안인증 안내문이 팝업창으로 떴다. 안내문을 클릭하자 개인금융 거래 정보를 입력하라는 새로운 창이 열렸다. 그는 별다른 의심 없이 해당 정보를 입력했다. 이후 3일 동안 벌어진 일은 놀라웠다. 총 15회에 걸쳐 3000만 원이 전 씨 통장에서 누군가에게로 빠져나갔다. 알고 보니 전 씨가 접속한 사이트는 포털사이트와 비슷한 가짜 사이트였고, 보안인증 안내문 역시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가짜 안내문이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전자금융 사기
최근 은행의 진짜 홈페이지 주소로 접속해 인터넷뱅킹을 했는데도 고객이 모르는 계좌로 예금이 인출되는 신종 해킹 수법이 등장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런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금액이 지난달 8∼11일 22건, 5000여만 원이나 된다.
이런 금융 사기가 가능한 건 소비자의 컴퓨터에 악성코드가 잠복해 있기 때문. 고객이 인터넷뱅킹 거래를 위해 로그인하면서 계좌번호와 이체 금액을 입력하면 해당 악성코드를 이용해 자신들의 계좌로 돈을 입금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칭 ‘신종 메모리 해킹’으로 불리는 이 수법은 고객이 계좌번호와 금액을 입력하면 잠시 멈춤 현상이 발생한다.
이전의 전자금융 사기는 보안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인터넷뱅킹이 진행되지 않고 다운되는 특성이 있어서 고객 입장에서 사기인지를 알아채기가 쉬웠다. 이번에는 화면 작동이 잠시 멈춘 뒤에는 모든 이체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돼 소비자 입장에서 사기인지 눈치 채기 힘들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통신사 등을 사칭한 사기도 늘어나고 있다. 발신번호를 통신사 전화번호로 조작한 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요금 체납, 이용 정지 등을 가장해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요구한 후 돈을 빼가는 수법이다. 이러한 수법은 올해 1분기(1∼3월) 전체 신·변종 피싱 중 21.8%에서 2분기(4∼6월) 43.1%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보안 강화 등을 내세우며 특정 사이트 또는 현금인출기로 유도하거나 개인정보 또는 금융정보(보안카드 번호 등)를 전화로 요구하는 경우는 100% 피싱 사기이다.
전자금융 사기 예방 서비스 가입 권장
계속 진화하는 전자금융 사기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금융감독원과 금융사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전면 시행 중인 ‘전자금융 사기 예방 서비스’에 가입하기를 권장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지정한 기기에서만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다. 하루 300만 원 이상(누적 금액) 이체하려면 전화나 문자메시지서비스(SMS)를 통해 본인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부정 이체를 막을 수 있다.
서비스를 받으려면 거래 중인 금융회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기기 지정은 최대 5대까지 할 수 있다. 집 PC, 회사 PC, 가게 PC 등 사용자가 정한 명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서비스는 금융회사 홈페이지에서만 신청할 수 있다”며 “공공기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서는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공공기관, 포털사이트 등을 사칭한 가짜 사이트에서 가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 주소를 클릭하거나 앱을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무료(할인)쿠폰’, ‘모바일 청첩장’, ‘돌잔치 초대’, ‘금리 비교’ 등으로 전송된 문자를 클릭하면 악성 앱이 설치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아예 통신사 콜 센터로 전화해 소액결제 서비스를 차단해 달라고 하는 것도 피해를 막는 방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항상 컴퓨터의 백신 프로그램을 최신으로 업데이트해 악성코드를 주기적으로 찾아 제거해주고 출처를 알 수 없는 e메일이나 파일은 내려받지 않는 게 좋다”며 “일반 보안카드보다 안전성이 높은 일회용 번호 생성기인 OTP를 사용하는 것도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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