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한 기업. 그들이 한국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는 주역이다.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고려전자㈜(회장 박희완·www.cecom.co.kr). 자동차 센서 부품과 주택용 밸브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라 일반 소비자들에겐 조금 멀리 느껴질 수 있지만, 해당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1988년 설립된 고려전자㈜는 전형적인 제조기업이지만 ‘숨은 강자’란 말이 딱 어울린다. 회사 내실도 탄탄하고 경영실적도 준수하다. 약 130명의 직원이 지난해 매출 15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예상 매출액은 185억 원이다.
박희완 회장주력 제품은 자동차 온도조절 장치인 서모스탯과 펄스(Pulse) 제너레이터, 각종 센서류를 비롯해 주택용 온수 분배기, 난방밸브 등이다. 내수 기반이 열악하고 수출 부진까지 겹친 탓에 제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회사 박희완 회장은 주어진 여건과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경영자는 위기에서 기회를 탐색하고, 외길을 걷는 뚝심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고려전자㈜는 경쟁업계가 외형 성장에 치중해 저가 수주에 나설 때도 원칙과 기본을 지키고 안정적인 수주를 지속하고 있다. 자사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성장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 회사가 ‘작지만 강한’ 제조기업의 정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 부문별로는 자동차 부품이 73%로 건설부품과 금형부품을 앞지르고 있으며 내수(85%)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수출 비중(15%) 보다 높다. 주요 거래처는 현대·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차, 만도 등이며 국내 유수의 밸브메이커와 일본 거래처에도 제품을 실어 나른다. 충주시 용탄동에 1, 2공장을 두고 있는 고려전자㈜는 사업 초기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며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닦았다.
이후 1990년대 중반 재도약의 전기를 맞는다. 온수압력에 관계없이 자동으로 방의 온도를 조절해 주는 첨단 온도조절 밸브 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전량 일본에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일본의 주택설비 제조업체인 후지 세이코사에 독점 수출되며 오늘날 고려전자㈜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스마트밸브’의 기술적 기반이 됐다.
주택 난방용 보일러에 주로 쓰이는 스마트밸브는 자동차엔진 수온기 조절 25년의 노하우가 응축된 제품으로 일본 노리쯔, 파나소닉에코시스템스 등에 납품된다. 지금은 가격과 품질경쟁력으로 무장하고 일본에 이어 중국 인도 베트남까지 해외시장을 확대하며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박 회장은 전직 경력을 살려 사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1970년대 초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자동차설계 및 기획 분야에서 일했다. 당시 그는 엑셀승용차를 미국시장에 최초로 수출하는 데 필요한 공인 획득에 공헌하며 중역까지 올랐다. 완성차 업계에 근무하면서 부품산업의 미래 가치를 꿰뚫어 본 그는 이런 경험을 발판으로 고려전자㈜를 세웠고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기업 연륜도 어느덧 25년, 박 회장은 최근 2세 경영에 나섰다. 장녀인 박연주 대표가 지난해 고려전자㈜ CEO로 취임, ‘젊은 피’가 수혈되면서 경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회장은 최근 모교인 부산고에 실용교육의 지침이 되는 ‘시-죠(말과 글)’을 헌사해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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