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첨단소재 사업 집중적으로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獨 OLED 기업 노발레드 인수 이어 7년뒤엔 美 코닝 최대주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제임스 호턴 코닝 명예회장이 5월 22일 서울 용산구 승지원에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제임스 호턴 코닝 명예회장이 5월 22일 서울 용산구 승지원에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삼성그룹이 첨단소재 사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최근 독일의 전자소재 전문기업 노발레드를 인수한 데 이어 23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적 유리 제조회사인 미국 코닝의 전환우선주를 사들여 7년 뒤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의 5년, 10년 후를 책임질 신수종사업과 소재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코닝과 포괄적 사업협력 계약을 맺고 코닝 본사의 전환우선주 23억 달러(약 2조4000억 원)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7년 뒤 이 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코닝 지분 7.4%를 갖게 된다. 현재 코닝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인 블랙록(6.2%)이다. 삼성 측은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해도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며 코닝과 협의를 통해 지분 취득 상한선도 9%로 정했다”고 전했다.

반면 코닝 측은 합작사인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42.6%를 19억 달러(약 2조140억 원)에 매입하고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갖고 있는 7.32% 등 기타 지분도 모두 사들여 100%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삼성코닝정밀유리를 계열사에서 떼어내는 대신 1851년 설립해 유리 분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코닝과 한 단계 높은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 소재사업에 힘 싣는 삼성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지난해 3조2000억 원 매출에 1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영업이익률이 50%에 이르는 알짜 계열사다. 이런 회사를 넘기면서 코닝의 지분을 확보한 데 대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사업군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코닝은 연매출 80억 달러 규모로 우주 왕복선의 유리창부터 첨단 산업용 부품까지 150여 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소재기업이다. 코닝은 현재 휘어지는 유리 시제품도 개발해 삼성전자의 플렉시블 스마트폰 등 ‘착용할 수 있는(wearable)’ 스마트 기기 양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스마트폰 사업 쏠림현상이 심한 데다 소재 분야 경쟁력 없이는 ‘스마트폰 이후’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최근 관심사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사업군이 시장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최근 사업구조 재조정도 이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또 전자사업군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이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체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최근 제일모직에서 패션 사업을 떼어낸 뒤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소재 전문기업 독일 노발레드를 인수한 것도 소재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과거 비료회사였던 삼성종합화학도 독일 SGL그룹과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탄소섬유와 복합소재 사업에 진출하는 등 변신에 나섰다.

삼성토탈도 합성섬유 기초소재 파리지엘린(PX) 증설에 2조 원을 투자했다. 삼성은 1조 원을 투자하는 미래기술육성재단을 통해서도 소재기술 육성에 적극 나선다. 다음 달에는 삼성전자, 삼성SDI, 제일모직, 삼성정밀화학, 삼성코닝정밀소재 등 5개사가 협력한 삼성전자소재연구단지가 경기 수원시에 문을 연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소재 기업 등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코닝은 중국, 대만 시장 진출 포석

코닝은 이번 계약으로 한국 외 아시아시장을 공략할 기회를 갖게 됐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합작 조건으로 한국 내에서만 유리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이 줄어드는 추세이고, LG화학이나 일본전기초자(NEG) 등이 LCD용 유리 투자계획을 밝히는 등 국내 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았다.

코닝은 삼성코닝정밀소재 100% 지분을 확보한 뒤 최근 LCD 생산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 대만 지역의 수출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삼성코닝정밀유리 공장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리 산업의 변화에 따른 생산 설비의 재배치와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선택이라는 풀이다.

코닝 측은 “이번 지분 인수로 한국, 대만, 중국, 일본 생산법인의 생산량을 조절해 과잉시설과 부족시설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글로벌 공급과 제조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석·정지영 기자 nex@donga.com
#삼성#이건희#제일모직#노발레드#제임스 호턴코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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