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050원대로… 정부 “지켜보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 가파른 하락세… 연중 최저점 깰듯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점을 향해 치솟고 있다. 엔당 원화 환율은 이미 2008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달러당 원화 환율 역시 당시 수준에 근접하며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겉으로는 “일단 지켜보자”며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속으로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실물경기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회복의 동력이 되는 기업들의 수출경쟁력마저 나빠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0원 내린 1055.8원에 마감했다. 올 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조만간 연중 최저점인 1054.7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 세 자릿수 환율을 나타냈던 2008년 초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원-엔 환율은 이미 24일 종가 기준으로 100엔당 1079원을 기록해 2008년 9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환율 하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경상수지 흑자가 장기간 누적되면서 외국인자금이 국내 증시에 물밀 듯이 몰려들고 있다.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늘다 보니 원화 수요가 많아져 원화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외국인은 25일에도 증시에서 2000억 원 이상을 사들여 이날까지 39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록을 보였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 점도 원화 강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미국의 고용지표를 봤을 때 월가에서는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MOC)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의 비(非)농업 부문 일자리는 14만8000개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의 기대치(18만 개)에 크게 미달했다. 미국이 경기회복 지연으로 출구전략을 미룬다는 것은 달러화를 시장에 계속 푼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정부는 지난주 공식 구두개입을 통해 “투기적인 요인이 없는지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상황에 따라 외환당국이 추가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환율 하락의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향후 세계경제가 좋아지면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이 가장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여러모로 환율이 오를 요인은 안 보이고 내릴 요인만 많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환율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하나하나의 움직임보다는 시장을 주시해야 한다”며 “요즘 수출경쟁력이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이나 품질도 있고, 해외 생산도 많다”고 말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원화가치#금융위기#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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