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1∼6월)에 실적 하락을 겪었던 삼성물산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최근 건설부문에서 해외수주 실적이 영업이익에 반영되면서 3분기(7∼9월) 들어 실적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주가도 ‘턴어라운드’하고 있다. 지난해 말 6만2600원에서 6월 26일 5만16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물산 주가는 23일 6만5600원으로 급등했다.
○ ‘양 날개’로 먹을거리 확보
삼성물산은 ‘고난’의 상반기를 지냈다. 상사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과 무역거래 물량 감소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건설부문은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와 카타르 도하 지하철 공사 수주 건이 영업이익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실적이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삼성물산의 3분기 실적(잠정치)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매출액 7조688억 원, 영업이익 1407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9%, 170.1%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는 상사 부문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이 267%나 늘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와 진행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수수료로 200억 원이 이번 분기에 들어온 것이 큰 힘이 됐다. 삼성물산 측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2016년까지 매년 100억∼200억 원 안팎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수익성을 늘리기 위한 구조조정도 거쳤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사 부문이 수익이 적게 나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 회사 규모를 줄이면서 영업이익을 높이는 움직임을 계속 하고 있다”며 “그 결과 상사 부문의 매출은 작년보다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 경기 불황의 타개책을 해외에서 찾은 건설 부문도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늘리는 성과를 냈다. 6조4000억 원짜리 호주 로이힐 철광석 광산 인프라 건설 공사, 2조2000억 원짜리 사우디아라비아 광역철도 개발 프로젝트 등 건설부문이 올해 따낸 해외 공사만 12조1000억 원 규모다. 국내에서 수주한 물량 3조7000억 원어치를 합치면 건설부문은 3분기까지만 올해 목표치의 95%가량을 달성한 셈이다.
이 공사들은 내년부터 삼성물산의 영업 실적을 차곡차곡 쌓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건설 부문의 매출액이 올해 말까지 13조2000억 원, 내년에는 16조2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관심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4.1%, 삼성SDS 18.3%, 제일기획 12.6% 등의 관계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이들 회사의 주가가 오르내릴 때마다 삼성물산의 주가도 따라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6, 7월 삼성전자 주가가 150만 원대에서 120만 원대로 떨어졌을 때 삼성물산 주가도 함께 떨어졌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삼성물산 주가가 오름세를 탄 데는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140만 원대로 상승한 덕분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건설 부문이 수주한 해외 사업들이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계약돼 있어 공사 기간 중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할 경우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조동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주, 사우디 등 해외 건설 현장에 인력 투입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 경우 인건비 증가분이 원가에 반영돼 내년 이후 영업 실적이 소폭 내려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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