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서 상대방에게 낙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상대방이 자신의 동요하는 모습을 보고 계획보다 강수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에서 낙담하는 모습이 언제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로 작용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낙담하는 모습이 상대방의 심경 변화를 유도하고 이후 좀 더 관대한 분위기에서 협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낙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일까.
네덜란드 레이던대 등 공동 연구진은 이런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협상에서 상대방이 낙담하는 모습을 보일 때 상대방의 소속과 역할 등에 따라 다르게 대처했다. 상대방이 자신과 같은 집단에 소속됐을 때는 호의적으로 나왔다. 소속 집단이 달랐을 때는 상대를 배려하는 정도가 덜했다. 또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협상에서는 낙담하는 모습이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반면 집단의 대표로 참가하는 협상에서는 상대방의 감정 표현에 영향을 덜 받았다.
낙담하는 모습이 협상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죄책감을 느낀 사람은 상대방에게 더 많이 배려하기 마련이다. 다만 낙담하는 모습이 죄책감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다소 제한적이다. 협상하는 사람이 상대방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또 어떤 집단의 대표 자격으로 협상할 때는 개인보다 집단의 이해관계에 더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런 죄책감을 덜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협상에서는 감정표현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임금협상 등 같은 집단에서 진행되는 협상에서는 상대방에게 실망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서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들 수 있다. 유능한 협상가가 되려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