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精度시스템’ 적용한 현대重 FPSO 생산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길이 270m 대형선박에 최대 2mm 오차만 허용”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직원들이 21일 3D 스캐닝 작업으로 확보한 모듈의 입체영상과 기존 설계도를 비교 분석해 오차를 점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직원들이 21일 3D 스캐닝 작업으로 확보한 모듈의 입체영상과 기존 설계도를 비교 분석해 오차를 점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길이 270m, 폭 52m, 높이 30m에 이르는 대형 선박은 이미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탑재될 8개의 모듈(총 2만5000t)도 마지막 배관공사 및 전기공사가 한창이었다. 다음 달 중순 진수될 배 위에 이들 모듈을 탑재하면 200만 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거대한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무게가 9000t에 육박하는 원유 시추장비인 ‘터렛’을 탑재한다. FPSO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이 모든 작업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이뤄져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오차 범위를 2mm 이내로 줄이기 위해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3차원(3D) 스마트 정도(精度)관리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21일 찾은 울산 동구 방어동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 야드에서는 이 시스템이 처음 적용된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Q204’의 막바지 건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직원들이 3D 스캐너로 건조 중인 ‘Q204’ 선박 본체와 배 위에 탑재될 각 모듈(배 왼쪽에 있는 구조물)의 세부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직원들이 3D 스캐너로 건조 중인 ‘Q204’ 선박 본체와 배 위에 탑재될 각 모듈(배 왼쪽에 있는 구조물)의 세부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 예술의 경지에 오른 정밀함

BP는 2010년 4월 발생한 멕시코 만 원유 유출사고 이후 모든 계약에서 ‘무조건 품질’을 강조하고 있다. 2011년 2월 ‘Q204’ 건조 계약을 할 때도 현대중공업이 만들 선박 본체와 네덜란드 SBM 오프쇼어가 제작하는 터렛의 호환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BP는 철저한 품질 관리감독을 위해 울산에 전문인력만 400여 명을 파견했다.

Q204는 현대중공업에 새로운 도전이었다. 터렛형 FPSO는 한자리에 고정된 터렛을 축으로 삼아 선박 본체가 해류나 바람의 방향에 따라 회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주 작은 오차가 있어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이 거칠기로 유명한 북해 유전에 FPSO를 납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존의 생산시스템을 뛰어넘는 ‘혁신’이 필요했다.

조선업계는 설계 부문에서는 3D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건조된 모듈을 조립할 때 사용하는 정도시스템은 수작업에 의지해왔다. 해양사업본부 품질경영부의 윤선균 부장(55)과 정철 기원(46)은 숭례문 복원작업 등 문화재 실측에 주로 활용되던 ‘3D 스캐닝 기술’을 정도 시스템에 적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은 3D 스캐너로 확보한 모듈의 입체영상을 기존 설계도와 자동으로 비교 분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지난해 10월 처음 구축한 3D 스마트 정도 관리 시스템은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윤 부장은 “이전에는 각 모듈을 완성한 뒤 다른 모듈과 조립하는 과정에서 상당 기간 잘라내고 다듬는 수정작업에 매달려야 했다”며 “3D 기술을 적용하면서 복잡한 구조물 속에 숨은 오차까지도 모두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덤으로 따라온 생산성 향상

3D 기술의 활용은 품질 업그레이드와 함께 생산성 향상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낳고 있다. 각 모듈 건조 상황에 대한 실시간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지면서 필요한 자재에 대한 적기 구매가 가능해졌다. 오차를 바로잡는 수정작업도 대폭 줄이게 됐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의 김정생 전무(기획지원총괄)는 “조선업에서 생산성 향상은 영업이익률 향상과 직결된다”며 “지금은 대부분의 해양플랜트 건조작업에 3D 정도 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Q204는 다음 달 13일 선박 본체가 진수되면 8개 모듈을 순차적으로 배에 얹는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지름 22m, 무게 8794t의 초대형 터렛을 탑재한다. 이 설비는 내년 상반기(1∼6월)에 시험가동 등 모든 작업을 마치고 8월 북해로 출항할 예정이다. Q204 프로젝트 매니저(PM)인 김기혁 부장(56)은 “Q204는 북해의 거친 환경을 견뎌내기 위해 ‘수퍼듀플렉스 스테인리스스틸’ 등 고가의 특수 소재를 다량 사용한 최첨단 시설물”이라며 “현재 건조작업에 하루 2700명이 일하고 있고 12월부터는 3000명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또 하나의 ‘야심작’을 준비하고 있다. 2015년 2월 완공을 목표로 11일 스틸 커팅에 들어간 1만 t급 ‘슈퍼 골리앗 크레인’이 그것이다. 김 전무는 “이제까지는 해양플랜트 등 초대형 시설 건조작업을 할 때마다 일본에서 4000t급 크레인을 빌려 사용했다”며 “1만 t급 크레인은 세계 1위 조선사의 위치를 보다 견고히 할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말했다.

울산=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현대중공업#FPSO#3차원 스마트 정도 관리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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