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7∼9월) 매출,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에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지만 삼성그룹은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다른 계열사들은 부진을 면치 못해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27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제조업 계열사 가운데 삼성전자를 빼면 대부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매출까지 줄어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전자 계열사의 실적이 줄줄이 악화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부품 제조사인 삼성전기의 3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2.9% 줄어든 2조1181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0.7% 줄어들었다. 삼성SDI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13.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6.3% 줄어 특히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이 4.3%, 영업이익은 16.2% 감소했다. 전자재료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화학 계열사 삼성정밀화학도 매출액이 12.1%, 영업이익이 86.4% 각각 감소했다.
그룹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실적은 좋아지는데 관련 부품회사의 실적이 악화되는 까닭은 ‘스마트폰 착시 현상’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매출 가운데 60%, 영업이익의 65%는 스마트폰 등 무선사업부에서 나온다.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은 스마트폰 관련 부품사업의 실적이 좋지만 TV와 PC 등 나머지 분야는 세계적으로 관련 시장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해 부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디스플레이서치, 가트너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세계 TV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8%, PC시장은 1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SDI는 점차 수요가 줄고 있는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사업에서 22.0%의 매출 감소를 겪었다. 일본 파나소닉은 수요 감소를 견디다 못해 PDP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삼성SDI는 또 차세대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자동차용 전지시장의 더딘 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매출은 늘었지만 TV에 들어가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이 수요 부진과 판매 단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밖에 건설 및 중공업 분야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7467억 원의 적자를 내는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도 매출이 11.9%, 영업이익이 36.7%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부품 소재 사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최근 삼성그룹이 전자사업군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품, 소재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전자사업을 중심으로 한 전체 계열사의 경쟁력 제고와 세계 초일류에 근접하지 못한 다른 분야 한계 사업의 구조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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