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0여 종의 물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신세계백화점의 ‘워터 바’에서 탄산수를 찾는 이들은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에서 수입된 탄산수는 일반 국내 생수와 비교하면 한 병 가격이 5∼6배 이상이지만, 박스째로 주문하는 고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박광성 부산센텀시티점 워터 어드바이저는 “지역, 성분에 따라 천차만별인 물맛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라며 “탄산음료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해외 경험이 많은 20∼40대의 젊은 분들이 탄산수를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은 냉장고 신제품으로 탄산수 제조 기능을 탑재한 ‘지펠 스파클링 냉장고’를 선보였다. 가정용 냉장고에 탄산수 제조기가 내장됐다는 건 탄산수가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어느 정도까지 밀접히 파고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서구화된 생활습관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물 시장에서 탄산수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 탄산수 제품 잇달아 나와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국내 탄산수 시장 점유율 1위는 국내 업체인 일화의 ‘초정탄산수’(42억 원)다. 그 뒤를 ‘페리에’(37억 원), 롯데 ‘트레비’(13억 원) 등이 잇고 있다. 해외 브랜드들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란 통념과는 많이 다르다. 최근에는 아예 집에서 탄산수를 제조해 마시는 경우도 늘었다. 2003년 국내에 처음 진출한 탄산수 제조기 회사 ‘소다스트림’은 지난해 매출이 84억 원으로 전년보다 394%(17억 원) 성장했다. 올해는 400억 원을 내다보고 있다.
값비싼 외국산 탄산수만 인기 있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산 ‘페리에’ 등 수입된 탄산수들이 백화점, 카페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다면, 국내 브랜드 탄산수들은 대형마트나 편의점, 온라인 등에서 활발히 소비되고 있다. 2009년 출시된 하이트진로 탄산수 ‘디아망’이 지난해 리뉴얼을 거쳐 새롭게 선보였고, 동원F&B도 최근 ‘진저에일 스파클링’ 등 탄산수 신제품을 출시했다.
○ 탄산수 시장 비약적 성장 가능성
‘기피해야 할 물’이던 탄산수의 위상이 국내에서도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탄산수를 일부러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탄산수 시장은 2000년대 중후반 들며 본격적으로 커졌다. 2011년 연간 100억 원대를 돌파했고 현재 150억 원대 규모를 형성 중이다. 먹는 샘물 전체 규모(약 6000억 원)의 2.5% 정도로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일반 생수 시장이 연간 약 10% 성장에 그치는 데 비해 탄산수 시장은 매년 30% 안팎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탄산수 시장 규모가 약 41조 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국내에서도 비약적인 성장 가능성도 충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소수의 몇몇 업체들이 점유율 90%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탄산수가 국내에서도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탄산수 제품을 잇달아 리뉴얼하며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 ‘느끼한 서구식 음식 문화’ 등이 인기 이유
탄산수가 인기를 끌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해외 경험이 늘면서 탄산수를 접해 본 소비자들이 늘어났고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탄산수의 활용도도 높아졌다. 카페인, 당분이 많은 탄산음료에 비해 탄산수는 건강, 다이어트에 좋으면서도 청량감이 있어 기름지고 느끼한 음식과의 궁합도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 술 문화가 바뀌면서 양주, 와인 등과 탄산수를 혼합한 칵테일 형태의 술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넓은 인기를 끌게 된 것,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페리에’ 등 고급 수입 생수가 일종의 패션 스타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탄산수 인기에 한몫을 했다.
소다스트림 수입사인 밀텍산업의 황의경 대표는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마시는 것 이외에도 생선 비린내 제거, 채소 씻기 등에도 탄산수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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