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돈의 홍수’ 시대… 불순한 작전세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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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스트리트에서는 당신이 사악하다면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무장 해제시킬 수 있다. 반
대로 당신이 선하다면 의심을 사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

―‘금의 홍수’(에드윈 르페브르·㈜레디셋고·2013년)

금융투자 시장의 기본은 ‘투자한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손해를 보지 않고 더 큰 수익을 내려 하는 욕망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욕망이 과해져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작전’이 개입되면 행위는 불순해진다. 경제 서가에서 찾기 쉽지 않은 소설인 이 책은 금본위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시장에서 벌어지는 ‘불순한 의도’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금융가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29세 주인공 ‘그린넬’이 어느 목요일 10만 달러어치 금 예치소 수표(금을 예치소에 맡기고 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받는 수표)를 입금하러 은행을 찾으며 사건은 시작된다. 매주 목요일 같은 시간에 찾아와 두 배씩 입금액을 늘려가는 청년에 금융가는 경악한다. 금본위제 시대에 출처조차 알 수 없는 금이 엄청나게 많이 풀린다는 것은 언제 대공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청년의 의도를 최대한 불순하게 해석하는 금융가의 ‘전문가’ 두 명은 사설탐정을 붙인 끝에 금을 끊임없이 파는 이 청년을 ‘시장 교란을 위한 작전세력’으로 결론 낸다. 청년의 ‘작전’에 말리지 않기 위해 이 전문가들은 ‘반대 작전’을 펴기 시작한다. 주식과 채권 거래량이 엄청나게 늘어나기 시작하고 금융시장은 이들의 반대 작전 때문에 ‘시체처럼 망가져’ 버린다.

‘공급이 넘치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단순한 경제 원리 하나로 풀어낸 상상력과 마지막 부분의 반전도 볼만하다. 무엇보다 금본위제 시대 ‘금의 홍수’와 마찬가지로, 양적완화의 시대 ‘통화의 홍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라 책 속 ‘전문가’들의 우려는 단순히 ‘허구’로만 읽히지는 않는 느낌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책속의 이한줄#금의 홍수#에드윈 르페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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