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평가… 역대 최고 순위, 분쟁해결-전기연결 등서 최고수준
설문 병행 WEF 조사에선 25위… 재계 “투자심리 바닥… 생뚱맞다”
한국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기업 환경이 좋은 나라라는 평가가 나왔다. 역대 가장 좋은 성적표다. 다만 평가 결과가 경기침체와 고강도 세무조사 등으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현 경제상황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은 2013년 ‘세계은행 기업환경 평가(Doing Business)’에서 세계 189개국 가운데 7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순위(8위)보다 한 계단 오른 것으로 한국은 2011년 이후 3년 연속 ‘톱10’에 들었다. 한국의 기업환경 순위는 2007년 30위에서 2008년 23위, 2010년 16위, 2011년 8위 등으로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올해 순위는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는 미국에 이어 2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는 뉴질랜드, 미국, 덴마크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1, 2위는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지난해와 변동이 없었다.
10개 분야를 평가한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법적분쟁 해결(2위), 전기 연결(2위), 국제교역(3위) 등의 분야에서 지난해에 이어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했다. 전기 연결 부문은 기업들의 초기 비용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한 시설부담금 분납 제도가 규제개선 사례로 평가받았다. 법적분쟁 해결 부문은 소송절차를 간소화하고 현대화한 전자소송시스템이 우수 사례로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국제교역 부문 역시 통관절차 간소화, 전자통관시스템 도입 등의 제도 개선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퇴출(15위) 자금조달(13위) 건축 인허가(18위) 부문은 20위 이내 순위를 유지했지만 투자자 보호(52위), 재산권 등록(75위) 등의 항목은 중·하위권으로 처지며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기재부는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는 중소기업이 창업부터 퇴출까지 생애주기 동안 겪는 표준적인 규제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인 설문조사를 병행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평가와는 근본적으로 조사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WEF의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25위로 지난해보다 6계단 하락했고 IMD 평가에서는 3년째 22위에 머물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의 경제민주화 입법이나 체감경기 악화 등 정치·경제적 상황을 놓고 볼 때 과연 한국의 기업환경이 세계 7위나 되는지 의문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평가순위와 관계없이 투자활성화 대책 등을 통해 기업 애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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