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120마일까지 밟아본 스피드 마니아 무거우면서도 발랄하고 잘 정돈된 느낌의 차 그란투리스모 운전할 땐 모차르트 잘 어울려
한국인 첫 비엔나 심포니 입성…텃세로 하차 이제 다시 인생의 액셀레이터 밟을 때 왔죠
“와우! 정말 근사한데요?”
플루티스트 최나경(30·영문명 재스민)이 BMW 뉴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를 보자 반색을 한다.
최근 최나경은 인생에서 심각한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종신단원 자리를 박차고 한국인 최초로 명문 비엔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그것도 수석단원으로 입성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는 그러나 1년 만에 쓸쓸히 하차해야했다. 영국의 저명한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인종·성차별 의혹을 제기하면서 재조명된 최나경의 비엔나 심포니 재계약 불발 사건은 그가 직접 심경을 토로한 글을 쓰면서 세계 음악계를 뒤흔든 대형 이슈로 번졌다. 불과 지난 8월의 일이다.
● “여전히 나는 플루트를 불고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만난 최나경은 다행히도 평소의 밝은 얼굴을 되찾고 있었다. 목소리는 그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생기가 넘쳤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으니 “플루트를 불고 있다”라며 깔깔 웃었다.
최나경은 최근 소니클래식에서 모차르트 플루트 콰르텟(4중주) 앨범을 냈다. 플루트 4중주 1∼4번과 특이하게도 플루트로 분 오보에 4중주가 담겨 있다. 앨범에서 최나경과 함께 연주한 사람들이 비엔나 심포니의 악장(바이올린)과 비올라·첼로 수석단원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1년 간 오케스트라에서 최나경과 동거동락한 동료이자 친구들이다. 일부 단원들의 고약한 텃세와 차별로 인해 오케스트라를 떠나야 했던 것이 다시 한 번 아쉬움으로 남는다.
● 운전은 연주 다음으로 좋아하는 행위
최나경은 ‘스피드 마니아’를 자처했다. 그는 “이건 비밀인데”라며 “미국에서 120마일(193km)까지 밟아 본 적도 있다”라고 했다. 자동차 이야기가 나오자 최나경의 말이 끊일 줄을 모른다. 미국에서 겪은 요절복통할 사건들을 지면에 일일이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 중에서도 차를 새로 ‘뽑은’ 다음날, 주차비를 내고 핸들이 꺾인 상태에서 액셀레이터를 밟아 정산기를 들이받은 사건은 압권이다. 먼저 살던 집으로 과속 고지서가 배달되어 쌓이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는 새 무면허 운전자가 되어 버린 사연도 있다. 하도 차를 긁고 다니니 누군가는 “네 차는 간지럽대? 왜 그렇게 긁고 다녀?”라고 했단다.
사고뭉치 드라이버지만 운전은 최나경이 연주 다음으로 좋아하는 ‘행위’다. 워낙 스케줄이 빡빡하다보니 듣고 싶은 음악도 대부분 차 안에서 듣는다. 최나경은 “운전을 하고 있으면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번뜩번뜩 떠오른다”라고 했다.
● 내 음악의 매력은 마음을 전하는 연주
기량이 뛰어나고, 빨리 연주할 수 있고, 큰 음량을 낼 수 있는 플루티스트는 세상이 많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최나경의 연주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일까.
최나경은 “연주를 통해 내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했다. 그가 연주하거나 녹음한 작품들은 대부분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참 좋은 곡이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최나경은 전 세계 팬들로부터 매일 50∼100여 통의 글을 받았다. 그 중 “우리가 당신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일이 있어도 항상 긍정적이고 웃는 느낌이 전해지기 때문”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많은 오케스트라에서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지만 최나경은 당분간 솔리스트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오케스트라에 묶여 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이 있다. 휴식도 필요하다. 친구를 만나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좋아하는 요리도 한다. 시간과 마음에서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인생에서 피치 못할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던 최나경은 “이제 또 액셀레이터를 밟을 때가 됐다”며 밝게 웃었다. 최나경의 앞날은 ‘다시 알레그로’다.
● 최나경의 시승소감 = BMW 뉴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는 클래식 음악에 비유하면 프로코피예프 같은 차다. 무거우면서도 발랄하고 어딘지 잘 정돈된 자동차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기대하지 않은 곳에 ‘액센트’가 있어 재미있다. 스피드를 올려도 깔끔하게 나아간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물론 이것은 자동차에 대한 비유이고, 이 차를 운전할 때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잘 어울릴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최나경의 ‘모차르트 플루트 콰르텟’을 추천한다. 하하!